brunch

부부사이, 넘지 말아야 할 선.

싸우지 않는 부부의 갈등

by 애지

# 갈등의 날

남편과 처음 갈등을 빚었던 날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날은 남편이 요리를 해주기로 한 날이었어요. 남편도 요리가 능숙하지 않았기에 휴대폰으로 레시피를 보며 고군분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옆에서 남편이 하는 것을 보며 하나하나 지적하기 시작했어요.


"소금을 그렇게 많이 뿌리면 어떻게 해!"

"좀 더 익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씻으면 깨끗이 씻어지는 거 맞아?"


저는 시작부터 남편의 행동 하나하나에 훈수를 두기 시작했고, 저의 잔소리는 쉴 새 없이 계속 됐어요. 반전은 저도 요리를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처음에는 제가 말하는 대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계속되는 저의 잔소리에 점점 화가 났는지 칼을 '탁!' 하고 도마 위에 올려뒀어요. 그리고 방으로 가서 침대에 엎드렸습니다. '나 안해!'라고 말하면서요.


한 번도 본 적 없던 남편의 모습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한 저는 남편을 따라가 말했어요.


"아, 여보, 미안해요. 내가 너무 심했지. 나도 잘 모르면서 미안해요. 여보가 맛있게 해 주려고 그런 건데."


평소 같았으면 금세 일어났을 남편인데, 적잖이 속상했는지 남편은 한동안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미안해, 여보. 지금부터 안 그럴게. 조용히 하고 방에 들어가 있을게요."


한참을 곁에서 다독거린 뒤에야 남편은 다시 일어나 부엌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싸움이라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저희 부부가 처음 겪는 갈등의 순간이었습니다. 동시에 지금까지 없는 마지막 갈등이었기도 합니다.



# 그날 이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남편이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에 제가 선을 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로 인해 계속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남편 스스로 자신을 지킨 모습이 고맙기도 했어요.


이 날 이후로 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제가 같은 실수를 할 거 같으면 스스로 제동을 걸고 멈춥니다. 잘못된 말이 계속 나올 것 같으면 남편과 있던 공간에서 이동해 저의 할 일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저의 실수를 방지하고 있어요.



# 싸우지 않는 부부가 지키는 것

저희 부부가 싸움다운 싸움 한 번 없이 관계를 유지해 온 비결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이 작은 갈등을 통해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깊이 새겼기 때문입니다. 부부 사이에는 '이것만큼은 절대 건드리지 말자'라는 경계선이 필요하고, 그 선을 알고 서로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완벽해서 안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툰 갈등 속에서 올바른 회복 방법을 찾았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의도치 않게 선을 넘었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상황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면 됩니다. 위에 언급한 저희 부부 사례에서 갈등이 시작된 근본적인 원인은 남편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한 저의 태도였지만, 갈등이 확장되지 않고 멈춘 이유는 저의 '진심 어린 인정과 사과'에 있었습니다.


남편이 저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어서' 고군분투했다는 '좋은 의도'를 먼저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했기 때문에 남편은 화를 풀고 관계를 회복할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 가장 소중한 나의 사람입니다.

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도록
지켜야 할 선을 알고 노력하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keyword
월, 수, 금, 일 연재
이전 10화부부싸움 90% 줄이는 대화 공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