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이후 매일 아침마다 남편은 차로 저를 회사까지 데려다줍니다. 저를 내려주고 돌아가면 남편은 아침부터 왕복 두 시간의 운전을 하게 돼요. 그런 남편에게 요즘은 차에 타자마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엉뜨 안 켜놨어요? 따듯한 물 텀블러에 안 담아왔어요? 춥고 목마른데."
평소 제가 타기 전부터 차를 따뜻하게 데워놓고 제가 잠들면 조용한 클래식 음악도 틀어주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도 가려주는 남편입니다. 그런 남편에게 저는 계속해서 남편이 하지 않은 한 두 가지를 물으며 째린 것입니다.
매일 저녁 튼살크림 마사지와 다리 마사지를 해주는 남편이 어쩌다 한 번 바쁘거나 피곤해서 그냥 잠들면 다음 날 말했어요.
"어제 마사지 안 해줘서 다리가 부었잖아요."
처음에는 남편이 해주는 것들에 대해 감사하게 여겼어요. 그러다가 남편의 친절이 계속될수록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열 가지 중 하지 않는 한 가지에 집중하며 불평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그런 저의 모습을 깨달으면서 다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 '하지 않은 일'에 집중하는 두 가지 심리적 이유
1. 기대 불일치와 '결핍 감지'의 본능
우리는 관계에서 '배우자는 당연히 이렇게 해줘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기대 목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대는 종종 '보이지 않는 의무'나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한 것입니다.
배우자가 이미 10가지 좋은 일을 했더라도, 우리가 기대했던 1가지 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뇌는 10가지 성과보다는 채워지지 않은 1가지 결핍에 즉각적이고 강하게 반응합니다.
집에 있던 배우자가 혼자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애쓰는 시간을 보냈지만 쓰레기 버리기 한 가지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 집중하면서 비난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위협이나 결핍(부정적인 것)을 먼저 감지하도록 진화했습니다. 따라서 배우자의 노력이 아닌 '문제점(하지 않은 일)'이 우리 눈에 더 잘 띄게 되는 것입니다. 이 '기대 불일치'가 바로 짜증과 싸움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2. 제이 가르니크 효과 (Zeigarnik Effect)
제이 가르니크 효과란, 사람은 완료된 일보다 미완료된 일을 더 잘 기억하고 그것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심리 현상입니다.
배우자가 이미 해낸 수많은 일은 우리의 뇌에서 '완료된 일'로 처리되어 쉽게 잊힙니다. 하지만 '아직 하지 않은 일' (예: 치워야 할 빨래, 미뤄둔 공과금 납부)은 우리 뇌 속에서 계속 미완의 목록으로 남아 '숙제'처럼 인식되며 우리의 관심을 끈적하게 붙잡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뇌는 배우자의 '미완료된 숙제'에 집착하게 되어, 배우자가 열심히 노력한 영역은 당연시하고 남은 영역에 대해서만 불만과 짜증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 우리가 해야 할 일
싸우지 않는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본능과 심리 현상이 있으니까 나는 어쩔 수 없어라고 생각하고 끝내서는 안 됩니다.
싸우지 않는 부부가 되려면, 우리가 왜 이런 싸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지 인간의 자동적인 인지 편향을 인정하고 의식적으로 시선을 '미완의 목록'에서 '이미 해준 노력'으로 돌리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오늘 이런 것들 해두기로 했는데 저거는 왜 안 한 거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이런 것들을 해두었네. 힘들고 쉬고 싶었을 텐데 고맙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칭찬받았을 때 동기부여가 되어 다음에도 더 열심히 하는 것처럼 어른에게도 노력한 것에 대한 사랑하는 사람의 인정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그 상대방이 사랑하는 나의 배우자라면 그 누구보다 세심하게 배려하고 소중히 해야합니다.
배우자가 애써준 것에 대해
작은 것이라도 감사의 표현을 해보세요.
그 씨앗이 꽃을 피워
행복한 부부관계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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