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첫눈이에요! 우리 뽀뽀해요!

배우자의 긍정적 반응이 관계에 중요한 이유

와. 퇴근길에 남편과 복잡한 지하철을 벗어나 올라오니, 하얗게 펑펑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와!! 우와!!! 첫눈이다!!"

"와, 그러네!!"

"여보, 첫눈이에요. 첫눈!! 눈이 나오는 캐롤 뭐가 있지?!"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릴까~말까~ 하하하."

이제 눈 내리면 차 막힐까 걱정하는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니 흰 눈이 반갑고 설레고 기분이 좋았어요.

"여보! 첫눈 오니까, 우리 뽀뽀해요!"

제 말에 남편이 뽀뽀를 쪽 했어요. 남편의 뽀뽀 한 번에 함박웃음을 지은 저는 바로 외쳤습니다.

"한 번 더! 한 번 더!"

한 번 더를 외치는 저에게 남편은 또 짧게 뽀뽀를 쪽 하고 했습니다. 저희는 마주 보고 환하게 웃었어요. 남편은 뽀뽀 두 번으로 저에게 큰 행복과 안정감을 주었고, 저는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긍정적인 추억으로 저장했습니다. 정말 기분 좋은 첫눈 오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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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자의 즉각적인 긍정적 반응이 관계에 중요한 이유

주목할 것은 '첫눈'이라는 환경이 아니라, '배우자의 즉각적인 긍정적 반응'입니다. 제가 "뽀뽀해요!"라고 했을 때, 만약 남편이 "에이, 길거리에서 무슨 뽀뽀야."라고 핀잔을 주거나, "차 막히기 전에 빨리 가자"라며 현실적인 걱정을 앞세웠다면, 그 설렘은 차가운 눈처럼 금세 녹아버렸을 거예요.

여기서 남편이 무심코 던질 수 있었던 '현실적인 걱정'이나 '핀잔'은 심리학적으로 '반응 묵살'에 해당합니다. 배우자가 흥분하여 공유하는 긍정적인 감정에 냉담하게 대응하거나, 혹은 부정적인 내용(걱정, 비판)으로 바꾸어버리는 행위죠. 권태기에 접어든 부부일수록 이러한 '기쁨 묵살'이 잦아집니다.

배우자의 설렘을 묵살할 때마다 관계에는 '나의 감정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는 서운함이 쌓입니다. 이 정서적 단절이 반복되면, 작은 갈등도 쉽게 폭발하는 취약한 관계가 됩니다.

# 아직 늦지 않았어요.

심리학에 '자본화'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개인이 겪는 긍정적인 사건(첫눈의 설렘)을 배우자와 공유하고 배우자가 이에 대해 활기차고 건설적으로 반응할 때, 그 기쁨과 행복감이 훨씬 더 커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남편의 '쪽' 뽀뽀는 제 기쁨과 설렘에 활기차게 동참하는 행위였습니다. 덕분에 저는 행복한 순간을 더 극대화하여 느낄 수 있었고, 남편이 단순히 뽀뽀를 해준 것을 넘어, "나도 당신만큼 이 순간이 기쁘고 설레"라는 공감을 느끼며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처럼 '긍정적 감정의 공유와 극대화'를 반복하는 것이 바로 싸움을 방지하는 가장 강력한 보험입니다. 우리의 뇌는 남편의 뽀뽀를 '안전하고 사랑스러운 경험'으로 기록합니다.

심지어 나중에 큰 문제로 다투는 순간이 오더라도, 이 '첫눈 뽀뽀'와 같은 수많은 긍정적 기억들이 관계에 대한 호의적인 시각을 유지시켜 줍니다. 배우자를 '나를 기쁘게 해 준 사람'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갈등을 '우리 관계의 예외적인 순간으로 인식하게 되어 공격적인 말(경멸, 비난)을 멈추게 됩니다. 이것이 곧 싸우지 않는 부부의 강력한 방어 기제입니다.

싸우지 않는 부부는 '큰 문제'를 잘 해결하는 부부가 아니라,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고 함께 증폭시키는 부부입니다.

# 이렇게 해보세요.

배우자가 "우리 뽀뽀해요"라고 말하든, "오늘 회사에서 이 일 정말 잘 됐어요!"라고 말하든, 이는 사실 '나의 기쁨에 함께 참여해 달라'는 배우자의 아주 작은 요청입니다.

이렇게 배우자가 당신에게 '기쁨에 동참해 달라'라고 요청할 때, 가장 좋은 반응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활기찬 반응 : "진짜? 와, 대단하다! 얼마나 기뻤어?" (진심으로 기뻐하며 질문하기)

재현 요청 : "나도 그 기쁨 좀 느껴보자! 다시 한번 이야기해 줘." (감정을 재확인하며 공유 요청)

이처럼 작은 긍정적인 요청에 의식적으로 'YES!'를 외치는 습관을 들이세요.

당신의 따뜻한 반응은 배우자의 행복을 두 배로 만들고, 그 행복은 고스란히 당신과의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 것입니다.

오늘 배우자가 당신에게 던지는
일상의 '작은 기쁨의 요청'을
놓치지 마세요.

그 작은 반응이 쌓이고 모여
부부관계의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