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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시술을 했어요. ep1.

by 애지

1년 전 유산했고 최근 시험관 시술을 했습니다. 저는 올해 30대 후반에 결혼 5년차 입니다. 주말부부를 하다가 결혼 3년차 정도에 자연 임신이 되었어요. 그치만 얼마 뒤 11주 정도 되었을 때 계류유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도 여느때와 같이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어요. 진료 후 엄마, 남편과 셋이 호텔 부페를 가기로 해서 더욱 설렌 마음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듣고 그 날 바로 수술을 했어요. 처음에는 믿기지 않고 큰 슬픔에 눈물이 많이 났지만 울면서도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빠르게 진행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몰랐던 모습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 후 남편의 사랑과 가족들의 보살핌 덕분에 생각보다 더 빠르게 몸과 마음을 회복했어요.


그리고 1년 동안 다시 아기를 갖기 위한 자연임신 시도를 했지만 소식이 없어서 더 늦기 전에 병원에 가서 빠르게 진행해 보자고 의논하고 시험관으로 유명한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상담과 검사를 통해 둘 다 정상인 점을 참작하여 첫 한 두달은 자연임신을 더 시도했고 그 후 시험관 시술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시험관 시술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꽤 있어서 이미 여러가지 이유기를 들은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지레 겁먹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직접 배에 주사를 놔야하고 아프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힘들어하던 친구들의 말이 생각나서였어요.


시험관 이전에 보통 인공수정을 먼저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의사 선생님께서 저는 나이가 있어 노산에 접어들다보니 인공수정의 확률이 낮고 더 빠른 진행이 중요하므로 바로 시험관을 하자고 제안하셔서 바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배에 주사를 매일 같은 시간에 놓는게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많이 들었는데요. 저는 생각보다 남편이 주사를 놔주는게 아프지 않고 매일 아침 출근 전에 맞는 루틴으로 해서 무난히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태어나서 처음으로 의사나 간호사가 아닌 사람이 저의 배에 주사를 놓는 것이다보니 긴장되고 아프기도 한 점은 있지만 생각보다는 할 만 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병원에서 간호사님이 놔주실 땐 엄청 아픈데, 같은 주사를 남편이 놔줄 때는 크게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그렇게 다양한 주사를 계속해서 맞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다가 마침내 난자를 채취하는 시술을 했는데요. 난자 채취는 수면 마취를 하고 해서 그 당일에는 크게 아픈지 몰랐지만 다음날부터 일이주 정도 후유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먹어야 하는 약의 부작용 중에 변비가 있어서 생전 처음 겪는 변비가 너무 힘들었고 체력적으로도 엄청 처지고 피곤하고 배도 아리게 아픈 느낌이 오래 가더라고요. 이렇게 후유증이 심할지 몰라서 다음날 저는 설날 연휴를 맞아 바로 제주도 여행을 갔었는데요. 체력적으로 힘들고 배도 너무 아파서 결국 예정된 기간보다 훨씬 빨리 집으로 복귀해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난자 채취는 총 24개 되었는데요. 며칠 뒤 병원에서 문자로 그 중 몇개가 살아남았는지 알려주더라구요. 저는 24개 중 11개가 살아남았다고 했고 난자채취하는 날 같이 채취한 남편의 정자와 수정된 것은 4개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수정된 배아는 등급도 있었는데요. 다행히 좋은 등급의 배아라고 선생님께서 알려주셨어요. 배아는 바로 넣을수도 있고 동결했다가 다음 배란기에 맞춰서 몸에 넣을 수도 있는데요. 몸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동결했다가 다음 배란기에 맞춰 넣기로 하였습니다.


배아가 5일차 정도의 상태라서 제 몸도 배란기 5일차 정도에 맞춰서 넣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배란기 상태를 보기 위해 배란약을 먹다가 오늘 병원가서 검사를 했습니다. 초음파 검사 결과 아직 때가 아니라고 다음주에 다시 오라고 하여 다음주에 다시 초음파 검사 후 다음주 중에 배아를 넣을 것으로 예상되요.



여기까지의 경험을 하면서 혹시나 저와 같은 경험을 할 예정이신 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후기를 들려드리고자 글을 쓰게 되었는데요.


첫째, 산부인과는 회사나 집과 가까운 곳으로 하세요. 물론 유명하고 이름난 곳도 좋지만 시험관 과정에서 병원을 자주 방문하게 되는데 너무 멀 경우에는 힘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회사에서 5분 거리 병원으로 해서 다행히 자주 방문하는 것이 크게 힘들지 않았고 연차를 많이 쓰지 않고도 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남편의 배려가 많이 필요하므로 사전에 이점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공감대를 형성하세요. 어떻게 될지 결과가 불투명한 과정인데다가 주사도 맞고 몸도 마음도 힘들 수 있는데요. 더욱이 주사를 맞다보면 괜히 서러워지기도 하고 실제로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감정변화가 크게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 남편도 미리 인지하고 있어야 더 아내를 배려하고 도와줄 수 있어요.


셋째, 변비로 힘들 거 같으면 미리 약을 처방 받으세요. 와... 저는 시험관 과정에서 이 변비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저는 평소 하루 두세번 정도 규칙적으로 갈 정도로 변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요. 시험관 과정에서 먹어야하는 필수 약 중에서 변비가 부작용인 약이 있어서 아마 대부분의 분들이 변비를 경험하게 되실거에요. 저는 오늘에서야 산부인과에 말해서 먹어도 되는 설사약을 받았는데요. 미리 받을걸 하고 후회했답니다. 그 동안 변비로 너무너무 힘들었거든요. 예정이신 분들은 너무 고생하지 마시고 산부인과에서 처방해주는 약 먹어도 되니 변비약을 드시기 바랍니다.


넷째, 난자 채취 후 가능하면 편히 쉬며 회복에 집중하세요. 사람에 따라서 난자채취 시술 후 힘든 정도가 다르고 채취되는 난자 개수에 따라서도 다르다고 하는데요. 저는 채취된 난자가 많아서 그런지 꽤 오랜시간 동안 배도 아프고 체력적으로도 회복이 안되서 힘들더라고요. 미리 연차를 내거나 쉴 수 있는 일정에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에요. 이 과정을 거치면 괜스레 서러워지기도 하고 감정적으로도 힘들 수 있을거에요. 하지만 세상에는 같은 일을 경험하는 많은 동지들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어디선가 잘되기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너무 힘들어 하지 말고 원하는 바를 위해 잘 나아가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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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음 글에서 배아를 넣고 어떤 결과가 있을지 에피소드2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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