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식 결과
2차 이식을 한 후 하루하루 주어진 주사와 질정, 약 잘 복용하며 지내고 있었어요. 1차 이식으로 익숙해진 건강에 좋은 다양한 식단과 영양제, 단백질, 견과류 등 섭취하면서요. 그러다 얼마 전 갈색 혈흔이 옅게 보였습니다.
첫 이식 때 착상혈인 줄 알고 설레고 기대를 잔뜩 했다가 결국 생리 엔딩을 맞은 경험이 있다 보니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양도 적고 옅으니까 기대를 버리지 않으려 애썼어요. 그런데 그다음 날은 아주 조금 더 나오고 결국 저는 또 생리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나자 굳이 남은 일정 동안 약 복용, 질정, 주사 등을 맞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임신이 아닌 거라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행동들이니 빨리 결과를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결국 예정된 일자보다 3일 빠르게 병원에 방문해서 피검사를 받았습니다. 혈액을 뽑고 담당 의사 선생님과 만나서 저번처럼 생리를 시작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지난번과 같이 괜찮다고 올해 안에 꼭 할 수 있다고 될 거라면서 다음에는 신선배아로 해보자며 만약 생리 시작하면 병원에 다시 방문하라고 하셨습니다.
병원을 나서기 전 다시 돌아서며 그럼 만약에 임신이면 언제 와요?라고 하자 예정된 토요일에 오면 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두 시간 뒤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니라고 하겠지. 다시 준비할 생각 해야겠다'라고 마음먹으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수치가 164.9가 나왔어요. 생리가 아닌 것 같아요!' 평소 상담해 주시던 상담선생님이었어요. 저보다도 더 설레하는 목소리 었습니다. 지금 복용 중인 약이 끊기면 안 되니 약이 없을 경우 처방받으러 꼭 와야 한다는 말도 덧붙이셨어요.
저는 정말 얼떨떨 그 자체였습니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결과에 어벙벙하고 얼떨떨하고 '뭐지, 어떻게 된 거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챗지피티에게 물어보니 수치가 4 이상이면 착상이 잘 되어 임신이 된 것으로 보며 다만, 이틀 뒤 지속적인 피검사를 했을 때 수치가 계속 올라야 좀 더 확실해진다고 했습니다.
정말 하나도 믿기지가 않았어요. 어리둥절했습니다. 1차 이식 때는 기대가득하고 설레발 백 프로였는데 결과가 아니라서 무척이나 실망했었는데, 이번에는 기대도 안 했는데 갑자기 잘 되었다니. 무슨 일이지? 싶었어요. 한참을 어리둥절하고 얼떨떨한 상태로 있다가 차츰 마음이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는 분들로 구성된 채팅방에서도 소식을 듣고는 다들 좋은 수치에 기대해도 되는 결과라며 불안해하지 말고 기뻐하라는 축하의 마음을 전해줬어요. 그제야 얼굴에 조금 미소가 피어났어요.
잘 된 건가. 내 뱃속에 호두가 있다니 호두가 있다니?!! 호두가 있다니!!! 호두는 엄마가 튼튼한 배아 이식이 되길 희망하는 마음으로 불러주신 이름이었습니다.
그렇게 혼돈의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자려고 누워 있다 보니 저를 위해 애써준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항상 곁에서 밤마다 마사지해 주고 뭐든지 다 해주고 시간 맞춰 주사도 아프지 않게 놔주던 사랑하는 남편, 건강하고 맛 좋은 음식들로 항상 곁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주신 엄마, 내가 좋아하는 물김치를 떨어지지 않게 계속해주신 시어머니,
항상 다정하고 마치 본인의 일처럼 진심을 다해 대해주시던 의사 선생님과 상담사 간호사분, 피는 뽑으면서 용기와 위로는 넣어주시던 채혈 담당 선생님. 약 지으러 가면 밥 먹고 햇빛 받으며 꼭 산책을 하라며 그래야 혈액순환이 잘 된다고 무뚝뚝한 얼굴이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약국 할아버지. 출근길 임산부 좌석에 앉아 계시다가 힘들어하는 제 모습을 보고 얼른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해 주시던 할머니까지.
저를 위해 이토록 애써주고 마음 써주신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이제 내일이면 2차 피검사를 하러 갑니다. 2차 피검사 결과를 받고 나면 좀 더 마음도 안정될 것 같습니다. 내일은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질정을 넣고, 7시에 일어나서 아침 약을 챙기고 7시 30분에 집을 나설 생각입니다.
8시에 도착해서 진료받고 피검사하고 나면 근처 팬케이크하우스에 가서 남편과 여유로운 브런치를 즐기고 석촌호수 산책도 할 예정이에요.
결과에 상관없이 서로 격려하며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해온 지난날을 함께 축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여보, 우리 진짜 수고 많았다. 앞으로도 파이팅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