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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시술을 했어요. ep8

시술 과정 불안감을 극복하는 방법

by 애지

감나무에 작지만 단단한 푸른 새싹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계절입니다. 너무나 추운 겨울을 힘겹게 이겨내고 따뜻한 봄을 느끼며 작은 싹을 내미는 나무는 그 오랜 시간을 잘 견뎌왔기 때문에 더욱 경이롭고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름다고 눈부신 계절 4월에 새싹이 돋아나듯 호두가 자라나고 있습니다.


시험관 시술을 하는 과정도 마치 새싹이 나오는 과정 같아요. 그 과정에서 힘든 것 중에 하나는 알 수 없는 결과에 대한 기다림이라는 점입니다. 과배란이 잘 되었을지, 채취는 잘 되었을지, 이식 후 착상은 잘 되고 있는 것인지 밀려오는 걱정과 불안감으로 인해 뒤척이신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이런 과정을 잘 극복하기 위해 제가 했던 행동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저 자신을 잘 돌보기 위한 일들에 집중했습니다.


저는 영어공부와 독서 두 가지에 특히 집중했어요. 오늘 아침 루틴을 예시로 설명드리려 합니다. 오늘은 두 번째 배아이식 후 이틀 전 첫 피검사 수치가 164가 나와서 수치가 잘 오르는지 두 번째 피검사를 하러 가는 날이었어요.


유난히 아침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요즘들어 이럴 때가 많았어요. 오히려 좋았습니다. 이른 아침 모두가 잠든 고요함 속에서 평화로움과 여유를 느끼며 나를 위한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주는 큰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일어나 거실 책상에 앉았습니다.


새벽 5시 창 밖으로 이따금 작은 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는 고요함이 안락하게 느껴졌습니다. 노트북을 열고 요즘 빠지게 된 미국의 동기부여 연설가인 Mel robbins의 인터뷰 영상을 틀어 영어공부를 시작했어요. 자기개발 내용도 들으면서 영어공부까지 동시에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서 요즘 즐겨하는 영어공부 방법입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난 직후에는 머리가 가장 맑고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라고 하여 공부 루틴을 배치했습니다.

한 시간 가량 공부를 마치고 6시 쯤 밀리의 서재를 열고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마흔 고비에 꼭 만나야 할 장자'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다독여 주고 길을 제시해주는 내용이라서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독서를 마치고 7시 쯤에는 아침 식사를 했어요. 요즘 아침 일찍부터 배가 고파져서 원래 건강주스와 삶은 계란을 먹던 루틴에서 잡곡밥과 계란후라이, 김치찌개 등 한식을 챙겨먹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영양 공급이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니 허기짐이 느껴지면 바로 끼니를 잘 챙겨먹고 있어요. 식사할 때는 좋아하는 나는솔로, 나솔사계, 지볶행 등의 예능을 틀어놓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봅니다.


식사를 마친 후 준비시간이 되어 남편을 깨웠어요. 오늘은 효린의 '널 사랑하겠어' 노래를 틀고 머리를 쓰다듬고 다리를 주무르며 잠을 깨웠습니다. 어제 별것도 아닌 일로 너무 화를 내서 아직 미안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물론 잠들어 있는 남편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했습니다.


서둘러 집을 나서고 병원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사람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8시 병원 오픈이고 저희는 8시10분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약 30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출산 시대라고 하는데 한편에는 이렇게 임신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자리에 앉아 책을 읽다보니 곧 차례가 되어 채혈을 했습니다. 담당 의사선생님께서는 아마 수치가 정상적으로 잘 오르고 있을 것 같긴한데 결과를 보고 갈 것인지, 전화로 전해줄 것인지 물어보셨습니다. 잘 판단이 서지 않아서 남편을 쳐다보자 남편이 기다렸다가 결과 보고 간다고 대답했어요.


그렇게 대기실에 놓인 책으로 내 뱃속에 2주 정도 된 배아는 어떻게 생겼는지 찾아보기도 하고 쉬다가 병원 앞 스타벅스에 갔습니다. 모닝 세트로 샌드위치와 디카페인을 주문해서 맛나게 먹으며 다시 책을 읽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안에 싸여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이렇게 책이나 영화를 보거나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으면 마음도 더 차분해지고 안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새로나온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는 남편에게 이따금 '여보, 부부인데 대화를 해야하는거 아니에요.'하고 말 걸고 장난치다가 다시 책을 보다가 이제 올 때 쯤 됬다고 싶었을 때 마침 전화가 와서 바로 부리나케 병원으로 갔습니다.


대기하던 저에게 와서 진료실로 가자고 하시는 담당 간호사분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밝았습니다. 방에 들어서자 수치가 좋게 나왔다며 336으로 정확히 두 배이상 잘 올랐다고 기쁜 표정으로 의사선생님이 소식을 전해주셨어요. 이제 다음주에 아기집을 보러 오면 된다고 했습니다. '임신 된 거에요?'라고 하자 임신 맞다고 하셨습니다. 차주 아기집까지 보면 더욱 확실한 임신이 된다고 하셨어요.


이틀 전 첫 피검사 때보다 더 안심되는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저와 남편의 모습이었습니다. 차주 아기집을 보고 나면 이 마음을 더욱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주면 임신확인서도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아기집이 하나일지 두개일지가 궁금해졌어요.


병원을 나서며 남편이 저를 보며 말했습니다.

'축하해.'

'여보도 축하해.'

서로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얼굴을 마주보고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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