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2일차 된 너에게
안녕, 호두야. 나는 너를 품고 있는 사람이란다. 이제 막 2주가 지난 너를 의인화해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는 게 뭔가 두렵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해. 하지만 너와의 만남을 기억하고자 이렇게 편지를 써.
너를 처음 봤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 태어나서 처음 보는 배아 사진이었거든. 동그라미 안에 더 작은 동그라미들로 이루어진 너는 참 동그랬어. 남편의 정자와 나의 난자가 만나서 탄생한 것이라니 정말 신기했단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동그라미가 나처럼 사람이 된다는 사실도 정말 놀라웠어. 우리는 모두 아주 작은 동그라미였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를 내 몸에 이식하고 초반에 아랫배가 쿡쿡 찔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찾아보니까 네가 자궁에 안착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 아주 작은 동그라미인 네가 자궁 속에서 너의 살길을 찾기 위해 어느 자리가 좋을까 하면서 여기저기 두드리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귀여웠어. 그리고 기특했지. 너를 만나기 위한 과정을 잘 해내고 있는 나만큼이나 말이야.
지금 너는 세포분열을 계속하면서 태반 형성 준비 중이겠구나. 다음 주에 병원에 가면 아기집도 보게 된다고 해. 이제부터는 너랑 함께 성장해 가는 시간이네. 원래도 든든하고 다정한 남편 덕분에 사랑이 넘치는 길이었는데 너까지 합류하게 되어 그 길이 더욱 아름다워지겠다.
배아를 두 개 넣었다보니까 아직은 너가 호두 한 명일지, 마루까지 두 명일지 몰라서 기대된다. 물론 어느 것이라도 좋지만 말이야. 호두는 나의 엄마가 지어주신 이름이고, 마루는 남편이 지어준 이름이야. 합쳐서 호두마루. 너는 아주 달달한 아이겠구나.
너를 만나기 위해 남편과 나는 많은 노력을 기울단다. 그 과정 자체로도 의미 있고 남편과 함께한 좋은 경험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너가 잘 안착까지 해주어서 고마운 마음이야. 나중에 너가 커서 이 글을 보게 될 날을 상상하니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니까 엄마, 아빠에게 잘하렴. :)
다음주에 아기집 보고나면 또 찾아올게!
그 동안 내 자궁 안에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자라나고 있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