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오늘도 눈부신 4월의 아침입니다. 평소와 같이 6시에 일어나서 질정을 넣고 한 시간 정도 누워있다가 병원 진료를 가기 위해 일어났어요. 남편을 깨워서 간단히 준비하고 바로 집을 나섰습니다. 8시 5분 병원에 도착하자 늘 그렇듯 병원에는 이미 30여 명의 사람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어요.
오늘은 아기집을 보러 온 날 입니다. 시험관 시술 두 번 째 시도에 임신의 수치를 처음 보았고 그 후 일주일 후 수치가 두배로 오르면서 임신의 가능성은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기집을 확인하면 비로소 100% 확실한 임신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어요.
기대 반, 긴장 반 복잡한 마음이었습니다. 곧 차례가 되었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몸은 괜찮냐며 평소처럼 다정한 인사를 건네셨어요. 긴장한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하고 바로 초음파실로 갔습니다. 의자에 앉자마자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어요. 잠시 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축하드립니다. 아기집이 잘 보이네요. 한 개 있고요. 난황도 보이고 아주 건강하게 잘 되었어요. 축하드려요."
눈물이 더욱 많이 흘렀습니다. 눈물이 왜 나는 것인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어요. 좋기도 하고 그 동안 고생했던 시간들도 떠오르고 안심도 되고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이 터진 것 같았습니다. 질문하기 위해 준비해 온 것들도 제대로 묻지 못하고 선생님 손을 잡고 말했어요. "선생님 말대로 됐어요. 선생님 말대로 됐어요. 감사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저를 보며 선생님의 눈에도 눈물이 금새 차올랐습니다. 빨갛게 상기된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방을 나왔어요. 임산부 수첩을 받고 간호사 분들의 축하를 받으며 처방전을 받았습니다. 질정, 약, 주사 등 하던 것들은 3주 정도 더 지속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어요.
남편과 서로 조용히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손을 맡잡았습니다. 대기실에서 혹시나 아직 임신하지 못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의 마음에 상처가 될까 조용히 산모 수첩을 가방에 넣었습니다.
병원에서 나오고 길을 걷다보니 점점 실감나면서 다시 웃음이 얼굴에 번지기 시작했어요. 호두라는 태명이 남자이름에 가깝지 않냐며 여자 이름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남편과 농담도 주고 받았습니다. 근처 브런치 식당으로 가서 평소 먹고 싶던 좋아하는 팬케이크와 따뜻한 우유를 곁들인 각종 메뉴도 주문했습니다.
주변 테이블에는 유난히 아기들이 많았어요. 저마다 엄마나 아빠의 얼굴을 빼닮은 아이들을 보며 정말 신기하다며 남편과 우리 호두는 누구를 닮을지 상상하며 웃음을 나눴습니다.
식사 후에는 석촌호수 산책을 하며 호두가 서로의 어떤 점을 닮으며 좋겠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눴어요. 이제 남편과 내가 호두의 세상이 될테니 말투도 더 이쁘게 하고 바른 생활습관을 가져야 겠다며 웃었습니다.
4월은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형형색색의 꽃도 활짝 피어나고 푸른 새싹도 피어나고 우리 호두도 생겨났으니 더욱 아름다운 계절이에요. 오늘 유난히 하늘도 파랗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 한 번에 사사삭 부대끼는 푸른 잎들의 소리가 저에게 축하한다며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았습니다.
석촌호수에서 평화롭게 헤엄치는 거위들이 두 마리씩 꼭 함께 딱 붙어 다니는 모습을 보며 마치 우리 모습 같다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 좋은 소식과 무엇보다 곁에 남편이 있어서 더욱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시험관 시술은 정말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저는 두 번의 시험관 시술을 했는데요. 아마 저보다 훨씬 더 많은 차수를 하신 분들도 많으실 거에요. 끝을 알 수 없이 가야하는 길에 자꾸 용기를 잃고 지치게 될 수 있으실텐데요. 희망을 갖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마세요. 매번 처음인 것처럼 기대도 하고 설레기도 하면서요. 두 번째 시술 때 자꾸 처지는 마음을 스스로 일으키며 '이번엔 더 잘 될거야.'라고 스스로 되뇌이며 힘냈던 기억이 납니다.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 그 자체로도 충분히 당신은 대단하니까요. 스스로를 많이 칭찬해주고 격려해 주세요.
결국에는 반드시 성공하게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