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했어요. ep1.
임신하고 좋은 일이 참 많습니다. 최근 임신한 이후부터 새벽에 화장실을 가느라 깨는 일이 잦아졌는데요. 어느 순간부터는 정확히 3시쯤 되면 잠에서 깨게 되었습니다.
푹 자다가 화장실 가느라 일어나면 피곤하진 않을지 부정적인 생각부터 들 수 있을 텐데요.
저는 오히려 좋습니다. 새벽 3시에 깨면 늘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있거든요.
바로 남편입니다. 요즘 제가 일찍 먼저 잠들기 때문에 잠들 기 전에는 남편의 깨어있는 모습만 보게 됩니다. 그런데 새벽 3시에 깨어나면 남편의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게 돼요. 화장실에 다녀와서 다시 침대에 누우면 남편의 잠든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소리가 너무나 듣기 좋아서 가만히 듣다 보면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지게 돼요. 그러다가 남편이 뒤척이면서 제 쪽으로 몸을 돌려 눕기라도 하면 완전 러키비키입니다. 남편의 숨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고 얼굴도 볼 수 있거든요.
남편과 마주 보고 누워 남편의 숨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조용히 한쪽 손을 남편의 몸에 올려봅니다. 들숨 날숨에 차분하게 움직이는 남편의 몸에 손을 대고 있노라면 깊은 행복감이 파도처럼 몰려와요.
사랑하는 남편이 너무나도 건강하고 평화롭게 제 곁에서 자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어떨 때는 남편의 한쪽 팔을 양손으로 끌어안고 다시 잠들기도 해요. 잠시 들었던 한기가 남편의 온기에 금세 따뜻하게 몸을 데워줍니다.
사랑하는 남편의 숨결을 새벽에 한 번 더 선명히 느낄 수 있으니 조금 피곤하지만 저 혼자만 온전히 누리는 정말 행복한 새벽의 시간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매일 제 곁에서 곤히 잘 자고 있는 이런 기적 같은 시간을 매우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기며
오늘도 새벽 3시를 기다리며 잠자리에 듭니다.
고마워요,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