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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잠든 얼굴

by 애지

정말 신기하다.

상점 선반 위 인형의 입처럼 무표정하게 일자로 뻗어 있던 나의 입이 남편 얼굴만 보면 누가 끌어올리듯 양쪽으로 한껏 올라간다. 어느새 내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남편의 자는 얼굴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짙고 두꺼운 눈썹과 상반되는 착하게 처진 눈매와 곧게 뻗은 코 끝 구멍은 자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따금 커지곤 한다. 무슨 꿈이라도 꾸는 걸까.


코끝을 타고 미끄럼틀 같은 인증이 너무 귀여워서 손으로 살짝 만져본다. 물을 한 숟갈 부으면 찰랑찰랑 여름철 수영장처럼 찰 것만 같다.


남편 자는 얼굴의 화룡점정은 입술이다. 산이 분명하고 두툼한 선홍색 입술을 보면 잠을 얼마나 깊게 자는지 알 수 있다. 잠이 깊게 들수록 입은 타원형으로 벌어지며 앞니와 멀어져 옆 이를 보인다 수염을 깎지 않으면 귀여운 입술이 더욱 도드라져 귀여워 보인다.


푸르고 빛나는 바다 위에 둥둥 떠서 배 위에 소중한 조개를 놓고 깨 먹다가 잠이든 수달 같은 남편의 자는 모습은 오늘도 나에게 힐링 그 자체다.


남편의 숨소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다.

여름철 휴가로 떠난 바닷가 앞 집에서 어스름하게 들려오는 파도소리 같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들숨날숨에 오르락 내리락하는 귀여운 배는 덤이다. 가만히 손가락 두 개를 배 위에 살짝 올려본다. 그렇게 다시 잠이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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