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비상식량
남편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난 날은 완전 행운이에요. 남편의 귀엽게 잠든 모습을 마음껏 볼 수 있거든요.
오늘 새벽 갑자기 느껴지는 더위에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잠에서 깼어요. 처음 시간을 보고 당황했지만 곁에 잠들어 있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고 이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남편은 마치 어머니 뱃속에 있던 시절을 떠올리고 있는 듯 태아처럼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숙인 채 등을 보이고 옆으로 누워 자고 있었어요. 키 180도 훌쩍 넘는 저렇게 큰 남편에게도 어머니 뱃속에서 저렇게 웅크리고 편안하게 잠을 자던 시절이 있었겠구나 싶어서 신기하고 귀여웠어요.
남편의 다리 사이로 시원한 소재의 큰 베개를 하나 넣어주고 가까이 누워서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키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어요.
남편의 뒷목이 두 겹으로 겹쳐서 마치 햄버거 같은 거예요. 두 눈이 질끈 감기도록 새어 나오는 웃음을 꾹 참으며 큭큭큭하고 웃었어요.
동네사람들 우리 남편 뒷목 좀 보세요. 두 겹으로 겹쳐서 진짜 햄버거 같아요. 너무 귀여워요. 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상상은 계속 이어졌어요. 남편의 겹쳐진 뒷목살 사이에 상추랑 고기 패티를 끼우면 정말 완벽한 햄버거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또 어깨를 들썩이며 혼자 입을 앙 다물고 웃었습니다.
남편이 일어나면 하고 싶은 말도 번뜩 생각났어요. '여보, 왜 혼자만 햄버거 먹어?'라고 하면 남편이 놀란 얼굴로 무슨 소리냐고 묻겠지. 그럼 '아니, 목 뒤에 햄버거 숨겨놓고 맨날 혼자만 먹길래.' 이렇게 장난칠 생각을 하니 깨우고 싶어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사진으로 그 모습을 미처 찍지 못해 정말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내가 먼저 일어나면 꼭 목 햄버거 사진으로 찍어둬야지 다짐하며 남편 등에 머리를 기대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