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그림 그리는 습관을 만들고 기존에 그려오던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어 일일 드로잉을 시작했다. 막상 매일 그린다는 규칙을 정하고 나니 처음엔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고, 그다음엔 새로운 재료와 친해지기 위해 갈팡질팡했고, 시간이 흐르며 매일의 약속을 지켜내는 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아 마음을 달래야 했다.
매일 아침 새로운 여행을 떠나며 짧지도 길지도 않은 10개월의 여정 속에서 어떤 날은 잘 그려지고 어떤 날은 이리저리 헤매기 일쑤였지만 억지로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려 하지는 않았다. 그저 새벽이 번지듯 자연스럽게 번지고 스며들기를 바랐다.
여러 날의 시간을 지나며 매일매일 그린다는 것은 단순히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가 아니라 그날그날 내면의 온도를 측정하고 나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차곡차곡 쌓인 시간을 모아서 나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전해보려 한다. 벌써 당신을 만날 생각에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