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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가지현 Oct 27. 2024

나의 북극성을 찾아

엄마, 나 내일 물고기 잡으러 길동이랑 백련사 계곡 가도 돼?  악어가 같이 가준대.


물고기? 물고기를 왜 잡아? 집에 데리고 온다고?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였다. 아이는 초3. 집합 인원 제한으로 반 아이들이 모두 모여 함께 수업을 할 수 없었다. 생활 교사 반디는 개인 프로젝트와 친구 프로젝트를 기획해 소규모 수업을 했다. 아이는 잠을 잘 자고 싶다며 개인 프로젝트 주제를 ‘잠’으로 정했다. 길동이의 프로젝트는 ‘어류’. 둘은 친구 프로젝트로 ‘물고기의 잠’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물고기를 집에 데리고 와서 관찰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게다. 개인 프로젝트를 하며 본인 자는 모습을 촬영해 아침에 확인했는데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망설였다. 야생에서 살던 물고기를 잡아 어항에 넣고 촬영을 한다? 난 파충류, 어류 등이 무섭다. 정말 무섭다. 책등에 파충류나 어류 그림이 있는 책을 뒤집어 꽂아 둘 정도다. 단박에 거절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어정쩡하게 걱정을 말했다. 물고기가 어항에서 살 수 있을지. 혹시 죽어가는 과정을 촬영하게 되는 건 아닐지. 고향(?)에서 잘 살고 있는 생명을 데리고 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아이는 물고기를 계곡물에 넣어 데리고 왔다가 하룻밤만 자고 다시 풀어준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끄응. 자유로운 배움을 지지 응원하는 부모가 되기 위해 힘을 내본다.

 

다행히 물고기들은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계곡으로 돌아갔다. 물고기는 눈을 감지 않고, 한 자리에서 가만히 떠서 잔다. 인간의 잠과 비교하면 굉장히 짧은 잠을 잔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책과 과학 유튜브 등을 통해 이유를 찾았다. 재미난 교사 반디는 9살 소년들과 이 과정을 끈기 있게 해냈다.


벌써 4년 전이다. 중1이 된 아이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된 지식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자신의 욕구를 살피고, 욕구에서 배움을 시작하고, 조직하고 확장하는 방법을 익혔으며 지금도 그러하고 있다. 현재 큰아이는 코딩에 관심이 있다. 헌책방에서 책을 사다 들여다보기도 하고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 공부한다. 그리고 마을에 살고 있는 코딩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조금 속도를 내보는게 어떨까 싶어 짜여진 커리큘럼이 있는 학원을 다닐지 한 번씩 제안해 본다. 아이는 자신의 방법으로 해보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겠다고 부드럽게 거절한다.

 

그해 7살이던 작은 아이는 형들의 프로젝트 과정을 보며 학교에 입학하면 반드시 물고기 프로젝트를 할 것이라 다짐했었다. 4학년이 된 지금. 물고기 프로젝트는 잊은 모양이다. 하지만 아이는 어깨 너머로  자유로운 배움을  ‘선행 학습’한 재미난 영재. 지난 3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재미난에서 자신의 속도와 깊이, 넓이를 만들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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