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에 밀가루 옷을 입히면 전어
생선의 눈동자에서 나아간 의식의 흐름
"소금에 절여드릴까요?" 저녁식사에 오를 갈치와 나의 첫 만남이다.
집에 곧장 와서는 잊지 않고 봉지채 꺼내 물로 바로 헹궈줘야한다. 이런 과정을 잊었다면 그날은 그야말로 나트륨 과다 섭취하는 날이다.
치익치익. 부엌의 환풍기를 켜고 기름이 예열되기만을 기다린다. 그 사이 토막난 갈치 조각을 얇게 펴놓은 밀가루에 이리저리 뒹굴리며 밀가루를 묻힌다. 기름에 투-입!
23, 아직도 생선 눈알을 못 마주친다. 어렸을 때는 물고기를 키웠었는데 구피가 자기 새끼 잡아먹는 것 목격, 조의 영역이라는 웹툰에서 번 수많은 물고기떼의 소름.
밖에서는 니름 씩씩하고 겁없는 나지만 생물 앞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그래도 시중에 판매중인 갈치, 고등어는 머리가 없이 파는 생선이라, 갈치를 구으며 괜히 으스댄다.
밀가루를 입은 갈치, 밀가루를 입은 고등어.
카레를 입은 고등어, 카레를 안 입은 갈치.
갈치는 고등어보다 옷 고르는데 까다롭나 보다.
문득 갈치를 굽다가 그런 생각이 든다.
밀가루가 갈치의 바삭함을 입혀 맛을 더해주었다면
나한테도 밀가루 같은 존재가 있을까. 나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그런 게 무엇일까.
코딩? 영어? 포토샵? 인턴?
노릇노릇 익어가는 갈치에서 방향성을 묻는다.
나 잘 하고 있는 걸까?
엄마의 생선 손질은 현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