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에서의 물음표

물음표를 가져주는 사람이 있는 건 웃음이 나는 일이다

by 황지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동창 A. 고등학교 졸업하고 거의 6년 만이었다. 그리고 그 잠깐의 인연 A로 인해 난 B와 약속을 잡게 되었다. 전개상 A여야 하는데 갑자기 왜 B냐고?나도 그렇게 될 지는 예상 못했다. 미리 털어놓자면 난 이성 경험이 많지 않은, 뚝딱이고 싶지 않은 모솔다.



B는 생일 때마다 축하해줬던 사이로, 근래 2년 정도 서로 따로 연락을 하는 사이는 아녔다. 하기야 평소 난 이성은 물론이고 동성 간에도 매일 시시콜콜 일상 카톡 대화를 주고 받는 편은 아니었기에, B와의 마지막 대화도 언제 한 번 보자로 끝났었다.



평소에는 할 일에만 집중하고, 친한 동성 친구랑 만나서 수다떨고, 라디오 듣고 헬스장 가고 잠자고 일상을 시작하는 물결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연락 패턴을 돌아보면 친구랑 약속 장소와 시간, 가벼운 안부 묻고 마무리 카톡, 이모티콘 보내고 깔끔하게 바바이한다. 목적없이 이어가는 카톡보다는 직접 얼굴보고 만나서 소통하는 걸 더 선호하는 편이다.


A를 만나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B한테서 온 카톡.



"내가 너의 소식을 A한테서 들어야겠어?"

오랜만의 안부와 함께 B만의 장난섞인 음성이 함께 들렸다. 반가운 마음이 컸다. 그리고 이모저모 대화를 나누다가 도돌이표 마냥 난 또 "언제 한 번 보자." 를 보냈다.

물론 지난번에도 그렇고 빈 말은 아니었다.



"난 예의상 하는 말 별로 안 좋아해. 지금 당장 약속잡자."

B의 답장에 난 옥? 하면서 눈이 커지고 이게 그 심쿵 비스무리한 것인가 라는 마음이 들면서 그렇게 약속을 잡게 되었다.



B와는 거의 9년 만에 보게 된다. 그래서 사실 음식을 뭘 먹어야 할 지. 파스타는 뭔가 연인사이(?) 너무 꾸꾸인 음식 같은데 뭐가 좋지?찌개 종류? 고기? 그리고 거주하는 지역이 달라 어디서 만나야하지 등 만나기 전부터 친구한테 어쩌지어쩌지하며 뚝딱댔다. 이게 연말인건가



그렇게 약속 D-7,

나의 계획상으로는 한 3,4일 전 쯤 선톡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연락이 빨리왔다. 이거이거 올 것이 왔구나 어떡하지 시작이구나. 누군가한테는 별 것 아닌 일인텐데도 내겐 넘 어렵고 멘붕이다 진짜 연애는 어떻게 시작되는건지.... 이 나이 먹고 이 쪽 분야는 정말 익숙치 않다. 유튜브로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실전 적용 해야하나



그래도 카톡은 얼굴보고 하는게 아니니 조별과제 조장 짬바(?)로 스무스하게 약속을 잡았다. 으앙으아악아

그런데 신기하게 오전에 시작한 대화가 잘 자라는 끝맺음 대화없이 스무스하게 다음날로 넘어갔다. 아 이렇게 해야 대화가 길게 유지되는 거구나 깨달음을 얻고 또 이어서 카톡을 계속 이어갔다. 별 얘기없이 언제 자는지, 음식 취향을 공유하고 그런 소소한 대화인데도 마냥 좋았다.



대화를 하며 내 기억 속의 B의 모습과 달라서 새롭다 하는 포인트가 있었고, 무엇보다 세심한 카톡 말투에 마음이 갔다. 근데 속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나보지도 않은 사이인데 벌써 마음이 생기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나 자신아 이게 맞는거야? 오랜만의 이성 연락에 설레는건지 나도 드디어 연애를 해볼 수 있는건가 라는 김칫국 드링킹 때문인지 여튼 좋아한다는 확신까지는 아니었지만 긍정의 마음은 맞지만 입덕 부정기처럼 제 3자의 시선으로 빠져나와 상황을 보려했다.



누군가 나에게 물음표를 보내며 내 취향을 궁금해하고 내 일상을 물어주는 게 얼마만이었던지. 대화를 하며 공감받고 자신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게 좋았다. 그리고 만나는 날을 앞두고 이렇게 계속 카톡을 하다가는 직접 만났을 때 할 말이 많이 없을 것 같아 마무리 카톡을 보내게 됐다.



"~일에 봅시다"

"그러자구"


그리고 만나기까지는 4일이 남았다.

근데 아니 얼마나 오래 카톡을 했었다고 그 친구가 뭐하는지가 궁금하고 생각이 난다. 나 왜이러지....? 연락을 하며 웃겼고 설렌 것 같고 뭐 그랬던 것 같긴한데 나의 낯선 기분 변화가 참 경이로우면서도 새롭다. 이 정도면 호감인 상태인 거겠지..?



만났을 때 편하려나 불편하려나 마냥 좋으려나 뚝딱이려나

친구도 누구를 만나냐에 따라 달라지는 내 모습이기 때문에 마치 까보기 전 알 수 없는 랜덤 상자를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꼭 20대 때 처음 술 먹고 내 주사가 뭐가 나오는지 알아보는 기분이다. ㅋㅋㅋㅋㅋ 바램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또 편안하게 기분 좋은 대화와 만남을 하고 오는 것이다. 나 자신아 잘할 수 있겠지? 그려 잘 할 거야 우하하하하 루피마냥 크게 웃고 만나러 가자 언제쯤 나도 여우처럼 스무스하게 능수능란해질까. 뚝딱아 자장형이 되자!




* 기억할 것: 내 진심이든 상대의 진심이든 항상 진심은 소중하게 대할 것, 표현하는 것에 망설이지 말자 그렇다고 너무 급발진은 안하길 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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