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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눈박이엄마 May 30. 2020

괴짜 CEO, 트위터 잭 도시의 모험

트럼프에 정면대결한 테크 CEO 도시는 과연 자신과 회사를 구원할 것인가


자신의 재산 28%를 코로나대응에 즉각 기부한 CEO



트위터 CEO(& 스퀘어 CEO)인 잭 도시. 4월 초 재산 중 28%에 해당하는 10억달러(1조 2천억원)을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한다. 그 중 500만달러를 평소 자신이 지지하던 민주당 전 대선후보인 앤드루 양의 'Humanity Forward' 재단에서 하고 있는 기본소득 실험에 기부한다.



내가 도시의 기부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금액이 워낙 거액이기도 했지만 (개인 차원의 코로나19 기부금 중 최고 금액) 그의 기부 방식이 다른 실리콘밸리 CEO들이나 은퇴 CEO의 방식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보통 이 정도 규모의 기부를 한다고 하면 근사한 홈페이지, 멋진 홍보영상, 그리고 전문가를 영입한 재단 조직이 뒷받침한다. 잭 도시의 기부는 딱 두 가지 요소가 전부였다. '스타트 스몰(Start Small)'이라는 이름으로 유한회사 스타일의 재단을 세우고, 자신의 스퀘어 주식을 판 자금을 이체하고, '여성의 교육과 건강 증진, 기본소득'이라는 기본 신념에 상응하는 NGO 40여개를 뽑아서 그냥 돈을 나눠줬다. 거기 투여된 자원은 구글 독스 2페이지, 직원 2명이 전부다.



Put the money in their hands



그냥 내 생각이지만, 도시가 이런 기부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상당 부분 앤드루 양의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도시는 예전부터 기본소득 찬성론자였다. 앤드루 양의 기본소득 정책은 "돈이 없어 당장 어려움에 빠진 서민들의 손에 돈을 쥐어주자(Put the money in their hands)"는게 골자였고 도시는 이런 앤드루 양 대선 캠페인의 기부자였다. (도시는 민주당 주류에서 거리가 가장 먼 -- 버니 샌더스를 제외하고-- 두 후보에게 기부했다. 다른 한 명은 힐러리 클린턴이 '러시아 사주를 받았다'고 비판한 하와이 하원의원 털시 개버드.)



기부금 10억원. NGO 40개에 즉각 지원. 구글독스 2장, 직원 2명



코로나19 사태는 미국에서만 4천만명의 실직자를 양산했다. 앤드루 양의 말처럼 단 10주만에 10년 동안 일어날 법한 Job displacement 가 일어났다. 당장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가장 일선에서 뛰고 있는 풀뿌리 NGO들이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었다. 도시의 기부금이 이런 커뮤니티 NGO들에게 단비와 같았을 것이다. 나도 회사 CSR 담당자로서 코로나 상황에서 약 1억6천만원 상당의 여러 기부와 지원을 하면서, 또 개인적으로 2천만원을 지인들에게 모금해 코로나 대응에 가장 필요한 곳에 전달하면서 재난상황에서는 작은 커뮤니티 NGO들에게 빠른 현금 수혈이나 현물 수급이 얼마나 필요한지, 타이밍을 놓치면 안되는지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도시의 이런 'Lean and agile'한 기부가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테크 CEO로서의 잭 도시, 평가는?


트위터 주가


도시는 기업인으로서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논쟁적'인 인물이다. 트위터는 IPO 이후 좀처럼 주가가 오르지 않고 있으며, 트위터 프로덕트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도시는 비즈니스 수완보다는 요가, 명상, 온/냉탕 마사지, 톱 모델과의 데이트를 즐기고 하루 한 끼만 식사한다는 기이한 식습관 등으로 가끔 타블로이드에 오르내린다. 잘 나가는 2개 테크기업 CEO인데도 하루에 1-2일을 집에서 일하고 한 곳에 집중하면 다른 비즈니스엔 좀처럼 집중하지 못한다. 스퀘어 직원들은 "돈은 우리가 더 잘 버는데..."라며 트위터에 상대적으로 더 애정이 있어 보이는 도시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한다고 한다.



도시, 트위터 경영에 매진하라 (엘리엇매니지먼트)



결정적으로, 작년부터 행동주의 투자자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그를 CEO에서 몰아내려 하고 있다. 엘리엇은 "스퀘어에서 손 떼고 트위터 경영에만 몰두하라"고 요구했다. 작년 말 아프리카에 다녀온 도시가 "2020년에는 몇 달은 아프리카에서 지낼 것"이라고 발언한 게 결정적으로 엘리엇의 심기를 건드렸다. 위워크 창립자이자 도시만큼 기인인 애덤 뉴먼이 방만한 경영으로 막 쫓겨난 찰나였다.  위워크 창립자이자 도시만큼 기인인 애덤 뉴먼이 방만한 경영으로 막 쫓겨난 찰나였다. 공무원들 우버 앱에 몰래 트래킹 기능을 넣은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이나 아예 대놓고 사기를 친 테라노스 엘리자베스 홈즈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더 이상 "신비하고 놀라운 창립자 수완"이 월스트리트에서 창립자의 CEO 자질론을 논할 때 안 먹히는 시기가 된 것이다.  이사회 미팅이 열렸고 도시는 간신히 몇가지 조건을 달아 두 회사 CEO의 직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 트럼프. Free speech. 침묵하던 트위터의 반격


그런데 하필 이런 시기에 도시는 트위터,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해 비즈니스 전체의 명운을 건 도박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 투표는 부정 선거를 조장한다"고 한 트윗과, 트럼프 최대 정적인 MSNBC 조 스카보로 앵커의 전직 사무실(플로리다주 공화당 하원의원이었다)에서 의문사한 여직원의 죽음을 "조 스카보로가 그녀를 살해한 것"이라고 한 트윗에 "팩트체크" 딱지를 붙인 것이다.



트럼프 트윗에 팩트체크 딱지를 붙인 후 잭 도시가 올린 트윗



이어서 트럼프를 말 그대로 꼭지돌게 한 사건이 일어난다.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을 체포하려다 과잉진압으로 그를 압사한 사건에 시민들이 폭력 시위를 열자 트럼프는 "이 폭도(THUGS)들 진압을 위해 군대를 보낼 것"이라면서 "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란 1967년 백인우월주의자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무력 진압을 시사하는 트윗을 올린다. 이에 트위터가 "해당 트윗은 폭력을 미화(glorify violence)"한다며 리트윗이나 댓글을 못 달게 했다.



트럼프가 트위터로부터 커뮤니티 제재를 받은 문제의 트윗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대통령의 분부(?)를 받들어 트위터를 조지려 하고 있다. 트위터의 이번 조치는 진보 세력에서도 비판을 받는다. 그렇지 않아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보수 세력에게 불리한 알고리즘 아니냐"는 비난으로 미 청문회에서 시달렸는데 트럼프를 비롯한 극우 세력에게 규제할 명분을 주었다는 거다.



사실 Sanghyun Park 님의 분석대로 지금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움직이는 방향인, 섹션 230 ("플랫폼 기업에게 플랫폼에 올라간 컨텐츠의 내용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조항)이 폐지되면 장기적으로 논쟁적인 모든 내용들을 검열해버리면 그만이므로 어쩌면 트럼프 발등을 찍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CEO 자리가 위태한 상황에서 왜 도시가 이런 모험을 했을까? 여기부터는 그냥 내 뇌피셜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or 퍼블리셔?


어차피 소셜미디어는 단순 플랫폼이 아니라 준 퍼블리셔의 역할을 해 온지 오래 됐다. 한국의 네이버나 다음이 정치권으로부터 한 쪽에 편향적이라며 비난받았던 역사를 봐도 그렇고,  페이스북의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와 시아 미 대선 개입, 유튜브 알고리즘의 양극단 논리 심화 리서치 등을 봐도 그렇다. 트위터는 트럼프의 미디어 플랫폼이 된지 오래됐다.



도시는 어차피 그렇다면 기계적 중립을 굳이 지킬 이유가 없다고 결심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소셜 미디어 플랫폼 기업 CEO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화한다고 생각했을 듯하다. 사실 도시가 비판받은 여러 이유 중 하나는 "트럼프가 저렇게 날뛰는데 뭐하고 있나"이기도 했다. 실제로 작년 미국 예비선거운동 기간 동안 트위터는 정치광고를 아예 금지하기도 했다. 딥페이크 등으로 합성한 가짜 광고들이 시민을 호도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모든 광고주에게 중립적으로 남아야 한다는 페이스북은 이에 동조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광고 비즈니스가 트위터보다 수십 배 더 크기도 하다)


어차피 도시는 경영 일선에서 2번이나 물러났다가 다시 복귀했고 이제 적어도 본인은 더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쩌면 예전의 스티브 잡스나 지금(도시와 친하기도 하고 도시만큼 괴짜인) 일론 머스크의 길을 가자고 결정했을 수 있다.



Life is too short, so let’s do everything we can today to help people now

도시의 평소 철학을 볼 때, 지금 당장의 임팩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확실하다. 도시는 기부 계획을 밝히는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왜 지금? 도움이 긴급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임팩트를 보고 싶다... 내 행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행동할 동인이 되길 바란다. 삶은 너무 짧다. 그러니 바로 지금 누군가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걸 하 걸 하자. "Why now? The needs are increasingly urgent, and I want to see the impact in my lifetime...I hope this inspires others to do something similar. Life is too short, so let’s do everything we can today to help people now.” 또한 도시는 앤드루 양의 팟캐스트에서 이렇게 밝혔다. "세계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나는 남이 아프면 결국은 나도 고통받는다고 생각한다.




저커버그, 베조스와 대조되는 도시


도시가 (그동안의 행보야 어땠던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옳지 못한 정치 리더십에 도전하고 몸소 "바로 이 시대에 이룰 수 있는 임팩트를 이루기 위해" 모범을 보여서 창립자의 모럴과 아우라를 기업의 명운과 연결시키는건 확실히 남다르다. 그리고 뭔가 성공하긴 했지만 그 성공보다 더 커진 사회적 책임감을 지켜나가기엔 웬지 버거워 보이는 저커버그나, 환경 관련된 임팩트 계획을 선언했지만 당장 돈을 쓰는 것은 아닌데다가 최근 미국내 굶주림 해결을 위해 기부했지만 아마존의 핵심 비즈니스 프랙티스(반환경/노동탄압)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비판받는 베조스와 비교했을 때에도 도시가 확실히 돋보이는 게 사실이다.



과연 도시의 이 도박은 성공하여 그의 CEO 자리와 트위터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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