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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Choi Apr 19. 2018

길 위의 안식년

-Sabbatical Year on the road

Day 11 길... 길... 길...

   (에스테이야에서 라스아르코스까지-21.4km)


  길

  길

  길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의 연속이었다.


  양편의 초지는 비질이 잘된 초록 마당처럼 끝없이 펼쳐지고 풀들은 바람 따라 깊이 물결치거나 살짝살짝 팔랑거렸다. 길가의 키 큰 갈대들은 장정들처럼 도열했다. 야무지고 당차 보이는 이름 모를 나무들 숲으로 난 오솔길은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관문처럼 보여 사뭇 기대됐다. 모험 속으로 떠나는 기분으로 쑤욱 들어섰다.

  어디 선가 날카로운 새소리가 났다. 침입자를 경계하는 듯했다. 그들만의 세계를 엿보듯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지만 단단히 숨어서 지켜보기만 하는지 보이지 않았다.

 “못 찾겠다. 꾀꼬리!”

  한적한 숲에 나 있는 비밀스러운 오솔길.  

  자연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호흡하니 ‘이런 게 진정한 힐링이구나’싶다. 오롯이 자연의 한 일부가 된 느낌이었다. 붙박이로 자라고 있는 나무인 듯, 주변을 경계하는 산새인 듯, 자유로이 골골이 휘휘 도는 바람이 된 듯......

  그렇게 바람이 되고 나무가 되고 새가 되어 길을 간다. 길은 높지도 험하지도 그렇게 내리막이지도 않다. 그저 고만고만하고 완만하게 높아지면서 다시 그만큼 낮아진다. 첫날에 죽음 같던 코스 이후 어떤 길에서도 감사하게 됐다. 오늘 같은 날에 배낭을 메고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있다는 건 ‘계 탄 거’나 마찬가지였다.


  길은 언제나 오르막만 있지도 영원히 내리막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르막이다가 이내 내리막이고, 평평하다 싶으면 울퉁불퉁하고, 진창 이다가도 먼지가 풀풀 날렸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길이 앞으로도 창창하다. 어떤 길을 만날지, 그 길이 무슨 비밀 같은 이야기를 해줄지 매일매일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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