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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Choi May 16. 2018

길 위의 안식년

-Sabbatical Year on the road


Day 19 상상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


  인간이 지구에 흔적을 남겼을 때부터 있었을 거라 추정되는 뼈, 도구, 장신구, 그림까지 하나하나 고이고이 모으고 맞추어서 인간 기원을 밝히고 싶은 지적 호기심과 노력이 고스란히 모여 있는 박물관. 그 사회의 수준을 보여준다고들 말한다. 지난밤 옌츠와 만나 식사하던 중 그가 추천해 준 인간 진화 박물관 (Museum de Human Evolution)을 방문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사냥을 위해 도구를 사용하게 된 인간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마침내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었다는 인지 혁명 가설이었다. 상상력은 그림과 문자를 시작으로 다시 신과 신화, 종교, 사회, 정치, 학문, 예술 등의 다양한 장르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다윈의 진화설부터 뉴턴의 상대성이론, 우주과학까지 지구에서 인간 역사의 기원과 현재, 미래에 대한 연구를 디테일까진 몰라도 살짝 엿보는 기회가 됐다.


  알베르게에서 쫓겨나듯 오전 8시에 나와서 시내를 어슬렁거리며 구경했다. 집 떠난 지 19일 차이자 순례를 시작하고 16일 차 일요일이라 하루 쉬면서 충전하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이라 한산했다. 나무와 강을 따라 운동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이는 여느 도시 풍경 속에 중세 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어우러진 도시다. 팜플로나만큼 큰 도시인 부르고스 역시 부르고스 성당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고 삶의 현장이 모여 있는 것 같다. 스페인의 어느 곳을 가도 교회를 중심으로 공동시설이 모여 있고, 특히 교회 앞 광장은 사람들이 모이는 가장 번화한 카페와 식당들이 있다.


  이곳 스페인 사람들은 주말이면 가족, 친구들과 저녁에 밖으로 나오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저녁 7시 이후부터 골목마다 사람, 사람들이다. 남녀를 가릴 것 없이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며 얘기를 나누고 커피와 와인을 즐기는 모습이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부르고스 성당은 그 규모나 내부의 섬세하고 웅장한 디자인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거쳐 가는 마을마다 성당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가장 크고 화려했다. 중세에 기독교가 얼마나 왕성했고 권력의 중심이었는지 교회에 들어가 보면 절로 느껴진다. 황금 제단과 스테인드 글라스가 휘황한 돔 천장, 황금이 칠해진 벽은 여느 절간의 불상보다 몇 백배 크고 화려하다. 볼 때마다 이런 황금 성전을 예수님이 원하진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과 얼마나 많은 민중이 신의 이름으로 불려 나와 고생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교회 안엔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 든 신자들과 세계에서 온 순례자들이 앉아 있다. 한때 화려했던 교회는 이제 관광거리이자 더욱 위로받고자 모여든 세계 순례자들의 힐링거리가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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