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외계인 마을'이라고 이름 붙인 마을 프로젝트가 있었다. 지자체의 환경조성 사업 중에 하나였는데 여러 조형물 설치, 오래된 동네의 담벼락 같은 공사 등을 했었나 보다. 그중에 시우 학교 아이들의 그림으로 장식한 타일벽화를 발견했다.
작년가을에 한비와 둘이서 처음 봤을 땐 시우그림을 찾지 못했다. 아는 아이들 이름은 많이 보여서 꼭 있을 것만 같았는데 못 찾았다.
얼마 전 지인들과 저수지를 가다가 다시 한번 봤는데 그때도 역시 찾지 못했다.
지난주 혼자서 저수지를 걷고 나오는 길에 천천히 그림 하나하나를 보다 보니 시우의 그림을 찾았다. 이시우를 두 번이나 쓴 시우의 얼굴, 자화상이다. 혹시 이름을 잊어버리고 안 썼다면 그림만 보고 찾을 수 있을까 하면서 찾던 중에 마지막 담벼락 정중앙에 시우가 보였다. 너무 기뻤다.
4학년 때인 것 같다. 파란 뿔테 안경에 연두색 티셔츠를 입은 시우의 자화상.
처음 타일 벽화를 발견했을 땐 담벼락 앞 화단에 꽃이 심어져 있어서 가운데 쪽 그림이 가려져 있었다.
지금은 화단이 비워져 그림을 모두 볼 수 있어서 찾을 수 있었다. 너무 반갑고 기뻤다. 시우가 떠나고 난 후 최근 가장 기뻤던 순간이다.
마을 프로젝트가 이상한 곳에 세금을 낭비했다 생각했는데 그 사업이 진행된 게 무척 고마워졌다. 많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