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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봄아 Jul 30. 2024

상실, 남아있는 고통에 대하여#14

존재의 증명, 타인의 기억 속에서


14. 존재의 증명, 타인의 기억 속에서



한비는 학교에 가고 나는 어제부터 허리가 아파 운동도 가지 못하고 누워 있는데 카톡이 울린다.

해란언니가 시우 학교 선생님이 올린 sns글을 캡처해서 보냈다. 

요즘 6학년 아이들에게 시우가 가르쳐 달라고 졸랐던 maroon5의 'sugar'를 가르쳐 주면서 시우생각이 많이 나더라고... 어젯밤 꿈에 시우가 보여서 더 맘이 아프고 이렇게 시우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게 미안해진다고 올린 글이었다. 

몇 년 동안 영어 전담이셨던 선생님이 각별히 시우를 예뻐하셨나 보다.


해란언니도 종종 시우꿈을 꾸었는데 차마 나한데 얘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도 지난 주말에 처음으로 시우의 꿈을 꾸었다. 우리 식구가 온전히 넷으로 함께하는 꿈이었다.  


요즘 나는 누군가 나에게 시우가 참 보고 싶다고, 생각이 많이 난다고, 문자라도 한통 보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우 친구들이, 학교의 담임 선생님이, 매일 가던 학원의 선생님이, 주일마다 보던 교회분들이, 그 누구든 시우가 그립다고 생각이 난다고 내게 말해주길 바랐다. 시우가 참 예쁘고 재미있고 기특한 녀석이었다고 말이다.


내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maroon5'의 노래를 들으며 시우가 생각나 눈물이 흐르는 것처럼 누군가도 그 노래로 시우를 떠올리고, 시우가 좋아하던 그 어떤 것으로든, 그 빈자리를 보고 시우를 떠올리며 기억해 주기를 바랐다.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순간순간 시우를 기억하고 추억하며 마음 아프게 울고 있었다. 

시우는 내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삶이 소리 없이 흐르고 모든 게 자연스럽게 내 곁을 지나고 있을 때는... 손끝에 걸리는 바람이라도 붙잡고 싶다... 이대로 그냥 모든 것이 평화로와도 되는 거냐고... 소리쳐 묻고 싶다... 지금 우리 시우가 없는데 왜 삶이 전과 똑같이 지속되는지를... 먹고 자고 이렇게 아무렇지 않아도 되는지를... 세상은 때론 축제로... 환호로... 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저마다의 행복들로 가득한데...


무엇이 나의 허무를 덮을 수 있을까... 언제쯤 어두운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을지... 새로운 계절마다... 다가오는 기념일마다... 행복해야 할 순간들마다 더 진하게 묻어나는 슬픔을 감당하며... 고통도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아픔도 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큼... 나는 강해질 수 있을지... 날 붙드실 구원의 손길을 바라며 울며 기도할 수밖에 없다...



2016년 사고로 아들을 떠나보내고 당시 2년간 기록했던 이야기들을 편집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아들의 기일이 8주기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써내려 갔던 피투성이였던 나는 시간이 처방하는 어느 정도의 망각을 통해 상흔을 남길지언정 흘리던 피는 서서히 멈추고 상처는 단단해진 채 상실의 아픔도 나의 일부로 여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에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나도 그랬다고 지금도 이렇다고 말을 건네고 손을 잡고 위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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