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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봄아 Jul 31. 2024

상실, 남아있는 고통에 대하여#15

함께 울어줄 친구

15. 함께 울어 줄 친구



강원도로 향하는 길목마다 단풍이 한창이다.  아이들 학교의 가을축제를 마치고 바로 강원도 화진포로 출발했다. 화려하고 북적이는 날은 그리움을 더욱 짙게 만든다. 축제분위기의 학교 행사에서 시우친구들을 보니 마음이 내려앉는다.


남편은 새 차를 구입했다. 먼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참고 미루고 인내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그 깨달음에 대한 보상처럼 고민 없이 차를 샀다.


결혼하고 처음 갖는 신차라는 기쁨도 잠시, 마음 한편에 늘 자리하는 빈자리가 우리를 침잠하게 한다. 시우가 있다면 이 새 차를 얼마나 신나 했을지... 축제를 끝내고 새 차를 타고 바닷가로 향하는 일정에 얼마나 기뻐했을지... 새 차에 대해 아빠와 교감하고 남자아이 특유의 차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자랑스러워했을 텐데... 한비는 새 차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남편은 그런 한비를 약간은 섭섭해했다.

우리가 지난 몇 년간 가장 많이 왔던 강원도 화진포콘도가 시우가 생각날 때 가장 오고 싶은 장소 되었다.
7월에 오고 그동안 오지 못했는데 마음이 통했는지 준석이네가 예약을 했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준석이네는 우리가 남양주에서 마지막 군인 아파트에서 만난 남편 선배가족이다. 남편의 군선배라 나한테는 사모님이지만 나랑 동갑인 준석이 엄마는 군의 위계질서를 무시하고 나와 친구로 지낸다. 다행히 우리가 전역해서 민간인이 되었다.

준석이네보다 하루를 먼저 와서 우리 셋이 바닷가 방갈로에서 보냈다.
지난 5월 우리가 시우와 함께 묵었던 방이 바로 옆방이다. 시우가 나의 눈앞에서 공을 차고 한비와 뛰어놀던 그 자리... 아빠가 바비큐를 굽고 모두가 맛있게 먹던 그 자리... 저녁이면 함께 신나게 소리치며 노래 불렀던 노래방... 울창한 송림... 바다... 그리고 파도... 여기서 부르면 시우가 곧 달려올 것만 같다...

다음날 일찍 준석이네가 도착했다. 함께 고성 명태 축제에 갔다. 맨손으로 방어 잡기 체험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콘도에 가서  바비큐도 했다. 두 가족이 함께 화진포 바닷가에 놀러 오자고 많이 얘기했었는데 이번에 처음 오게 되었다.  준석이도 시우가 있었으면 더 신이 나 놀았을 것을... 그래도 한비를 챙기고 셋이 잘 노는 모습을 보니 고맙다... 군인아파트에서 5년간 살면서 남편과 가족 아이들까지 친하게 지낸 유일한 가족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저녁에는 준석이네 부부와 함께 술 한잔을 하며 결국엔 얼마나 울었나 모른다. 도저히 먼저 무어라 말을 꺼내기조차 미안하고 어려운 상대방이 되어 버린 것이 아프다. 준석이네 부부는 시우가 그냥 멀리 여행 간 것 같다며...  없다는 생각이 안 든다며 울었다... 함께 울어줄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시우가 더 그리운 이곳에서 함께한 여행이라 더 고마웠다... 일부러 시우와 추억 많은 화진포에 함께 오고 싶었다는 준석이네 가족... 함께 울어줘서 고맙다. 


2016년 사고로 아들을 떠나보내고 당시 2년간 기록했던 이야기들을 편집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아들의 기일이 8주기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써내려 갔던 피투성이였던 나는 시간이 처방하는 어느 정도의 망각을 통해 상흔을 남길지언정 흘리던 피는 서서히 멈추고 상처는 단단해진 채 상실의 아픔도 나의 일부로 여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에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나도 그랬다고 지금도 이렇다고 말을 건네고 손을 잡고 위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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