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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Mar 30. 2022

코로나 확진 일기 1일차


오.. 나도 확진됐다. 히키코모리인 나는 안걸릴줄 알았다.



그래, 막차 탄 느낌이다.. 곧 격리의 벽도 어떻게든 허물어지는 쪽으로 가겠지.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7일 동안 혼자 격리 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다는건 대단히 좋은 기회다. (물론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지금 하는 일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라 완벽한 격리가 가능하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전에 하던 일이었다면 완벽한 격리가 가능했을텐데..)



24일 목요일. 목이 조금 가려워서 농장에 안나갔다. 자가기트는 음성.


코로나 때문인지 커피를 마셔서인지 한숨도 못잤다.



25일 믁요일. 목이 아파서 다시 자가기트를 했더니 양성.








음, 집 앞에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했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 음성판단이 나왔다면 뭔지모를 아쉬움이 느껴졌을거 같았다.


가끔 그럴때가 있다. 한번 크게 아파 보고 싶다거나, 큰 병에 걸리는 상상을 한다거나.


좋은 유전자로 꽤 건강한 신체기에 별로 아픈적이 없다. 감기도 10년 넘게 걸리지 않고 있다.



양성이다. 왜 나는 오케이! 라는 생각이 든걸까 ...ㅋ키킥 마냥 농장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은걸까. 철없는 놈.



예전에야 나도 코로나 걸린 사람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봤었다. 저놈, 저러고 돌아다니니까 걸리지, 이기적인 놈이구만! 이라고. 그런데 지금 이쯤 되니까 개인의 잘못으로 걸리는 수준을 넘어섰고 집에만 있어도 걸린다는게 최근의 정설로 방역수칙 준수라는게 사실상 더이상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방역수칙이야 우리나라에서 내가 제일 잘 지킨다고 자부했었다.


일부러 코로라 때문에 그랬던 것은 아니고 내 원래 삶이 그랬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귀찮아 했다.


완벽한 히키코모리, 집돌이라 집에서 한발자국도 안나가는 날이 많았다.


평일에는 회사-집-회사-집의 무한 반복이었다.


회사에서도 밥은 내 자리에서 혼자 먹었고 회식같은게 있다면 최대한 피했다.


코로나는 좋은 핑계가 됐다.



서울에 살때는 가끔 만나던 친구들이 있었지만


귀촌을 한 뒤에는 만나는 친구도 하나 없었다.


(그러고보니 친구라는 존재를 만나지 않은게 반년이 넘었다. )



내 평범한 일상이 방역수칙 철저 준수의 모범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코로나에 걸릴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걸렸다 ㅎㅎ



현재까지 증상은 약간의 기침과, 목 간지러움. 약간의 미열 정도.


독서와 게임, 글쓰기가 가능하다. 이 것은 곧 내 일상 전체가 가능한 것.



이 7일간의 격리를 기회로 평소에 하지 못했던


극한의 고독을 통해 매우 심도 깊은 사유와 사색을 탐닉하고 싶다.


증상이 더 심해지지만 않으면 좋겠다.





영화를 한편봤다. 재미없었다.









입맛은 없지만 배가고팠다. 오래오래 먹을 수 있을거 같은 메뉴로 배달을 시켰다. 맛있다. 돈까스를 서비스로 줬다. 이것도 맛있다.










당근과 샐러리를 주문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거 같아 주문했는데 그러길 잘했다. 간식으로 먹기 좋다.

확진판정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4일치 받아왔다. 약이 공짜다 !









커피머신을 바꿨다. 이건 좀 길게 쓸 필요가 있다.



원래 네소프레스 에센자 미니 c30을 썼었다. 굉장히 만족하고 썼다. 커피를 내리면 집안에 커피향이 퍼졌다. 평일엔 카페인 때문에 잠을 못자서 못먹고 주말에 한잔씩 마셨는데 그게 소소한 낙이었다.


작년에 퇴사를 하면서 라이프 다운 사이징을 매우 급진적으로 했었다.


그때 모든 사치가 될 만한 것들을 처분하면서 에센자 미니도 처분했다. 커피머신이 있으면 좋긴 하지만 삶의 필수요소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이프 다운 사이징에 실패하고 다시 직장인의 신분으로 돌아가면서 그 소소한 행복을 되찾기 위해 커피머신을 다시 샀다. 똑같은걸 사면 그때 처분한 의미가 조금 억울할거 같아서 샤오미 꺼도 괜찮다길래 5만원 주고 싼 맛에 샀는데 똑같은 캡슐인데도 그 때 그 맛이 전혀 나질 않는 것이다.



몇 번 먹다가 맛없어서 이것도 당근으로 내다 팔았다. 그리고 최근에 지름신이 강림하여


미니멀리스트라는 신분을 망각한체 이것저것 사들이고 있는데 그때 같이 산 것이 네소프레소 버츄오 커피머신이다.







보라, 이 영롱한 자태를.









맛있다는 캡슐을 이것저것 사들였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네소프레소로 커피를 마셨다.



그래, 바로 이거다.



샤오미 커피머신으로 고통 받았던 그 시간들이 매우 애석하게 느껴졌으며 좀 더 빨리 바꾸지 않았나 하는 내 인내심에 한편으론 감탄한 바였다. 회사에 갈 필요가 없으니 이제 저녁에도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하루에 두개씩 먹어야겠다.









당근과 샐러리를 씻어서 잘라서 소분했다. 한번에 많이 먹으면 탈 날 수 있음으로 절제하며 먹는다.


당근이랑 이상하게 궁합이 좋은지 자기전에 당근을 먹고 나면 다음날 아침에 신기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 다음엔 품목으론 당근을 농사지어봐야겠다.








오늘은 25일. 원래 월급일자를 기다리는 편은 아니다.


할부 같은 것을 한적도 없고


월급이 들어와도 돈이 빠져나갈 곳이 없기 때문에 그냥 똑같은 날이다.



월급일이라고 치킨을 시켜 먹지도 않고 쇼핑을 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통장을 스켜 지나간다고 하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아이를 키운다거나 대출을 무리해서 많이 받았다거나,


할부를 엄청나게 많이 해서 물건을 사들인다거나 그 모두이거나 하면 그렇게 되는 건가.



그런데 이번달은 유독 3일전 부터 기다려졌다.


많이 들어오는 달이기때문에..!! 오!! 진짜 많이 줬다. 농사는 역시 재밌다.



그래봤자, 어디 쓸데도 없고 사고 싶은 것도 없지만..






비가 온다. 격리라는 고독에 좋은 친구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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