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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Jan 15. 2023

6년다닌 첫 직장을 그만두고 귀촌을 하다

    당시 글을 보니 직장생활에 대해 회의적인 마음을 품고 있었나보다. 의미도 없고 흥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이리저리 도망다니며 허송세월만 보내는것이 가장 큰 업무임에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다. 6년 정도되는 직장생활 중에 처음으로 회사를 가기 싫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딱 그맘때 쯤이었다.   


    혹자는 말한다. 직장생활은 원래 힘든 것이고 돈 버는 일 그 이상이 될 수 없으며 일, 직장 외에서 행복을 찾고 취미 생활을 하며 충전해야 한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일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며 자아실현과 몰입을 통해 진정한 행복으로 이끌어 주는 몇 없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다. 단순히 경제활동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나의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직장의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좋은 직장이란   



      1. 나의 능력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task 가 주어지며     


      2. 도전적이고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고     


      3.전문적이고 존경할만한 사람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곳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일은 게임과 본질적으로 같아지며 즐거운 것이 되며 자아실현과 몰입을 통해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일이 되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쯤 내가 하던 일은 도전적이지도 않았고 새롭지도 않았으며 내 수준보다 낮은 일을 하고 있었으며 전문적인 피드백을 받기 어려웠다. 적어 놓고 지금 생각해보니 어느 하나 만족할만한 부분이 없다. 그 당시의 내가 일로 스트레스를 받을만도 했구나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퇴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퇴사란 회사가 마음에 안든다고, 자아실현이나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해서 마음대로 그만둘 수 있는 그런 곳이 적어도 나에겐 아니었다.  


    21년 1월 3일 회사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한해가 되어야겠다고 썼다.  


    21년 1월 6일 시골 카페 창업이란 컨텐츠를 엄청나게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페에 구속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그 마음을 접었다.  


    21년 1월 11일 부터 일찍일어나기 시작  


    21년 1월 14일 귀촌 준비 - 장소 선정, 삶의 방식 고민, 6차 산업 고민  


    21년 2월 14일 가방도 없이 울산에 감. (미니멀리스트 존심으로 원래도 짐이 없지만 아무 가방없이는 처음가봤다. 묘한 쾌감과 우월감이 느껴졌고 엄청나게 많은 짐, 캐리어를 끌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태를 느꼈다.)  


    21년 2월 15일 책 집필을 시작  


    21년 4월 7일   4년 뒤 귀촌을 하기 위한  구체적 구상  


    21년 4월 10일 퇴사를 할까 생각. (그룹, 업종, 직책에 대한 비전의 부재, 몰입의 부재, 시간적 여유)  


    21년 5월 5일 퇴사 결심  


    21년 5월 11일 건강검진 결과 후 이상없으면 퇴사보고 하기로 타이밍 선정  


    21년 5월 15일 팀장님께 퇴사 보고.  


    21년 5월 17일 조직장님께 퇴사 보고.  



      나는 이제 인생의 실전 파트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온실속의 화초 처럼 너무나 정해진 수순에 따라 살아왔고 어떠한 위기나 굴곡없이 안정적으로 살아왔다.     


      이렇게 계속 살아간다면 과거에 살아왔던 것 처럼 그렇게 계속 또 살아갈 것이다.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이렇게 평탄하기만 하다면 살아있는 정열적인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여러가지 도전을 하며 내 생업을 찾고 진정으로 내가 좋아 하는 것과 잘하는 분야에서 수익을 내면서 그렇게 살아있는 삶을 살고 싶다.     


      궁극적인 목표는 한적한 촌에 가서 텃밭을 가꾸며 소일거리를 하며 책을 쓰고 글을 쓰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궁극적인 목표이며 이것을 위해 지금부터 살아가기로 한다. 2021-05-18 오전 6:04    



    21년 6월 1일 life downsizing 시작  


    21년 6월 16일 퇴사  



      지금 같은 조직의 그물코 안에서 자기 주도적인 사유는 진행되기 어렵고 동일한 규격제품에 대한 동일한 욕망을 재생산하는 좀비만 늘어날 뿐이다.     



    21년 7월 5일 런닝, 수영, 요가 시작  


    21년 7월 19일 귀촌  


    쓰기 귀찮네 슬슬  


    시골에서 화상으로 갑자기 면접 봄(제주도에 자리가 있다길래.. 그리고 조건이 좋네;)  


    합격함;  


    9월 27일 입사  



      이곳은 내 분야에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실력있는 상사가 있고 몰입 할 만한 업무가 있다.     


      내 수준 보다 높은 일도 할 수 있으며 처리해야할 의무가 있는 일도 있다.     


      해야할 일이 분명하게 있고 그 일에 대한 기한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편하고 만족감을 충족시켜주는 일이다.     



    10월 말 시골로 완전 이주  


    현재 : 시골에서 소박한 삶, 고도의 사색을 중심가치로 삼고 귀촌 생활 중..  


    이곳에 온 이후로 교통체증을 느낀적이 없으며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나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 배달 오토바이의 굉음등에서 완전히 자유로워 졌다. 저녁으로는 산뒤로 넘어가는 일몰을 매일 볼 수 있으며 건물로 가득찼던 창밖 풍경이 이제는 밭으로 가득찼다. 나는 전보다 훨씬 더 적은 시간 일하지만 더 많은 숫자가 통장에 찍히고 있다.   


    작년의 지금과 비교했을때 나빠진 점이 있을까?  나는 주로 나의 불만이나 물질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것에서 부터 파생된 일련의 글을 써왔다. 시골에 와서 그나마 있던 욕망도 사라지니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글감이 뚝 하고 떨어진 것이다.    


    요약 : 6년다닌 첫 직장을 그만두고 귀촌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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