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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박 Aug 13. 2017

시간을 쓰다

*Calligraphy by 담박


얼마 전 경기도 어느 신도시에 상가를 하나 분양받았다. 월급과 그 월급으로 해내는 저축, 보험, 주식만으로는 내 집 마련조차 쉬울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였다. 지금은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직장 선배를 따라 상가 부지와 가격 등의 정보를 알아보다가 함께 질렀다(?). 무엇보다 그즈음 집을 구매한 어느 지인이 했던 말이 나의 실행력을 부추겼다. 10년 내내 부동산 공부를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조지 버나드 쇼의 비석에 새겨져 있다는 그 유명한 명언과 같이 내 마음에 꽂혀 있었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그 상가 분양을 계기로 부동산 전문가들의 블로그를 구독하면서 우연히 한 권의 책을 알게 되었다. 엠제이 드마코라는 사업가가 쓴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책이다. 오랜만에 부를 얻기 위한 비법에 대한 책을 만났다. 한동안 론다 번의 <시크릿>이라는 책이나,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백만장자가 되기 위한 강의 등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일레인 제임스의 <인생을 단순하게 사는 100가지 방법>을 기점으로,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가도쿠라 타니아의 <타니아의 작은 집>,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등의 책들을 통해 단순한 삶의 즐거움을 깨우치면서 선호하는 인생관이 달라졌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실제로 내가 살고 일하는 공간이 심플해지고, 소비나 소유에 대한 절제력이 조금(?)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단순화하기 어려운 한 가지가 있었으니,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었다.


내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의대 졸업 후 줄곧 개인병원에서만 30여 년 일하고 계시는 작은 아버지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하신 적이 있다.

"직장인들은 같은 시간에 그 큰 건물에 모여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거니?"

주어진 시간에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환자가 오면 진료나 치료를 하고, 환자가 없을 때는 휴식이나 잡무를 처리하는, 즉 일이 발생하면 하고 안 하면 하지 않는 의사로서는 충분히 궁금할 법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내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당시 작은 아버지의 질문으로 인해,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퇴근하는 직장인들의 생활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고, 부분적인 자율출근제가 적용되고 있는 지금도 그 생각은 동일하다. 그러나 내 코가 석자이고, 다른 소득원이 없다는 변명을 반복하며 여전히 나는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 물론 가능하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그러던 차에 엠제이 드마코의 책을 만났다. 론다 번이나 브라이언 트레이시와는 조금 다른, 그의 부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 중 2가지가 매우 흥미로웠다. 그중 하나는 부라는 것은 천천히 이루는 것이 아니라 단시간에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리에 대한 곤도 마리에와 같은 논지였다. 곤도 마리에도 정리란 매일 조금씩 해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먹은 때에 한꺼번에 해버려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곤도 마리에 식 정리가 실제로 효과가 있음을 체험해 본 나로서는 엠제이 드마코의 주장도 믿을만한 것이었다. 물론 이것 또한 정리와 같이 직접 해봐야 확실히 믿을 수 있겠지만... 또 한 가지는 내 시간을 팔아서 소득을 얻지는 말라는 것이었다. 그는 원하지 않는 노동에 내 시간을 쓰는 대신, 원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조언한다. 하고 싶은 일들로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자유를 하루빨리 얻기 위해, 빠른 시간 안에 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얼마 전에 본 2가지 유튜브 영상을 떠올렸다. 하나는 <독서천재 홍대리>의 공동저자 정회일의 강의였고, 다른 하나는 <시간 창조자>의 저자 로라 밴더캠의 강의였다.


심한 아토피로 죽음까지 생각했던 정회일은 책을 통해 삶의 동기를 얻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해낼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원하는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만들라는 저자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습관을 만들어서 이동시간을 독서시간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을 기점으로 지금의 삶에 이르렀다.  

*사진: 세바시 213회 백수청년, 독서로 꿈을 이루다 | 정회일 '독서천재 홍대리' 공동 저자, @Youtube


로라 밴더캠은 미국에서 가장 바쁜 여성들의 1000일간의 삶을 조사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성공했거나 행복한 여성들은 시간을 절약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간에 더 중요한 일을 선택했기 때문에 지금에 이르렀음을 알게 되었다. 즉 "지금 바빠서 A라는 일을 할 시간이 없다"는 말은 "지금 A라는 일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열 일 제쳐두고 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지 않은가. 불행한 일은 우리가 주어진 시간에 정말 중요한 일을 신중하게 선택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무의식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결국 시간관리법에 대한 로라의 강의는 나 자신, 관계, 일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을 찾는 법으로 마무리된다. 시간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 자체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가치 있는 것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 (테드 강의) 자유시간을 제어하는 법 - 로라 밴더캠(주어진 시간으로 우리가 원하는 삶을 만드는 법), @Youtube


시간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시간 (時間)  
1.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
2. [같은 말] 시각(時刻)(1. 시간의 어느 한 시점)
[의존명사] 하루의 24분의 1이 되는 동안을 세는 단위.
유의어 : 때, 말미, 세월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에 나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시간을 쓴다는 말은 그 시간에 할 것, 함께 할 사람, 할 일을 선택함을 의미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회사에 일찍 도착하는 것과 조금이라도 더 자고 회사에는 정시에 도착하는 것 중에서 나는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일하는 시간에는 일만 처리하는 것과 다른 정보나 관심사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 활동까지 하는 것 중에서는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업무 외 시간에는 일을 좀 더 하는 것과 일과 무관한 활동을 하는 것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가. 주말에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과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중 무엇이 나에게 더 가치 있는가. 내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내 삶을 채워 나가기 위해 지금, 조금 후에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물론 나의 선택에 따르는 책임은 덤이다.


엠제이 드마코는 빠른 부자가 되기 위한 중요한 힘으로 영향력과 통제력을 꼽는다. 영향력은 그야말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연예인이나 스포츠맨과 같은 셀러브리티들이 입는 옷, 내뱉는 한 마디가 어떤 산업이나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과 그로 인해 그들이 얻는 소득을 떠올려보라. 그러나 제 아무리 거물급의 셀러브리티라 해도,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면 그는 진정한 부자라 할 수 없다는 것이 엠제이 드마코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야 한다. 무엇이든 전문가에게 맡기는 습관은 자립력을 잃게 하는 지름길이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시간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정보, 지식, 기술을 습득하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이게 무슨 부를 위한 추월차선이냐고 반문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아직 그 차선 위를 달려본 적은 없지만, 무언가를 해줄 누군가를 찾는 시간에 내가 직접 그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빨리, 정확히, 성취감을 느끼며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일레인 제임스도 <인생을 단순하게 사는 100가지 방법>에서 외모나 경제 등을 스스로 관리하는 법과 직관으로 판단하는 법을 익히면 인생이 단순해진다고 했다. <소농, 문명의 뿌리>의 저자 웬델 베리도 전문가에게 일과 책을 떠넘기는 삶이, 스스로 노는 법마저 잊게 하여 거대한 연예산업을 존재하게 했다고 비판한다. 가만 보면 현인들은 유사한 이야기들을 각자의 책에서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수없이 반복되는 그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나에게 가치 있는 일들로 삶의 순간순간을 채워나가자. 내가 원하지 않는 잘못 누적된 습관이 나도 모르게 내 시간을 채우기 시작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그래도 안된다면 원하는 일들만으로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 '뭐 이렇게까지 노력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기 싫은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며 살기에는 인생이란 시간이 너무 짧지 않은가. 내 삶의 시간이란 그릇에서 하기 싫은 일들을 하나씩 덜어낸다는 생각만으로도 개운하고 행복하다. 이렇게 시간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과 글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을 하는데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건 어른들의 방식입니다.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데 내 시간을 쓰겠다! 다른 이유는 필요 없다!'
라는 사고방식이 새롭고 흥미롭고 창조적인 순간을 만들어 준답니다.
그럴듯한 이유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내가 좋으니까. 이 이유면 충분합니다.
- 그림책 작가 이치카와 사토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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