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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박 Feb 04. 2021

정체감

드라마틱한 계기 따위는 없다.

L은 우연히 벌어진 교통사고 직전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제 정신을 차릴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사고는 그녀에게 어떤 계기도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어떤 사건이나 사고를 계기로 자신의 삶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하곤 한다. 유명인부터 가까이 있는 지인들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좀 나아진 사람들은 단 1개의 사건 때문에 자신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들처럼 달라지거나 새로 태어나고 싶어 별 짓을 다해봤다. 정리도 해봤고 책도 읽어봤고.. 의도와는 상관없이 가슴 아픈 일들도 겪었다. 엄마가 유방암 수술과 항암치료로 고생하셨고... (나 또한 한없는 고통과 괴로움을 겪었다.) 잘못 계약한 상가 때문에 내 인생에서 가장 큰돈을 잃을 뻔했다. 그러나 그런 극단적인 일들도 지나고 나면 과거일 뿐 어떤 계기가 되지는 않았다. 당시의 절실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그 이전과 똑같은 생각과 말과 행동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마침내 여러 가지 책과 영상을 통해 깨달았다. 혼신의 노력을 다해 현재의 습관을 다른 습관으로 대체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가 없다는 것을... 남들은 그 노력에 대해 자세히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약간 포장을 하거나... 혹은 특정한 사건이나 사고 후에 본인이 그간 수없이 쌓아온 노력을 의식하지 못한 채 마치 그 사건이 계기가 된 것처럼 착각하고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나의 이러한 짐작(?)을 선명하게 만들어준 것은 작가 김얀의 브런치 글, 김승호 회장의 강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중 일부였다. 생각과 말과 행동 모두 그저 습관의 산물일 뿐이고 매일매일 결심과 노력을 통해 현재의 습관에서 다른 습관으로 이주하는 사람만이 더 현명해지거나 성공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봉 480만 원의 빈털터리 작가였던 김얀은, 주택담보대출을 거절당하는 사건(?)에 좌절한 나머지 부자들의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그들의 공통점을 하나씩, 부단히 따라 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휴지 한 장 아껴 쓰기부터 부자들이 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을 1-2년간 따라 하면서 연봉이 이전 대비 10배 상승하는 현재를 경험하고 있다.


미국 이민자 사업가로 성공한 김승호 회장은 자동차 후진 중에 예수를 믿는 신앙이 아닌, 예수가 믿었던 신상을 믿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의 믿음은 후진이라는 행위 때문이 아니다. 그는 지속적으로 신앙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무엇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 그 누구보다 깊이, 오래 고민했고... 초보 운전자에게 어느 날 백밀러의 시야가 확 트이는 것처럼 잘 보이듯이.. 그렇게 정리된 생각이 번뜩 정리된 순간이 하필 우연히도 그때였을 뿐이다.


법륜스님은 많은 사람들과의 상담 과정에서 "습"이라는 것은 고치기 매우 힘들다고 말씀하신다. (같은 습관이 나올 때마다 전기충격과 같은 매서운 자극이 반복되지 않는 한... @.@) 다만 자신의 습관이 나타낼 때마다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알아차리기만 해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의 습관을 알아차리는 의식을 갖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마음은 저절로 생긴다기보다 그 또한 습관적으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알아차린 후 다른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 노력이 다시 습관이 되는 것이 선행되지 않는 한 변화는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습관에서 다른 습관으로 옮기기 위한 이주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에 물을 한 컵 마셔서 위와 장을 깨끗이 하기로 했다. 그러나 피곤한 몸에 부엌으로 걸가 물을 따르기조차 쉽지 않은 나를 알기에, 자기 전에 한가득 물을 담은 컵을 머리맡에 놓고 잠들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약속을 잘 지키는 습성을 기르고 싶었다. (학창 시절에 절대 상상도 못 했던 지각을 회사에 와서 할 수 있는 깜냥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그래서 약 2주 전 월요일 아침 5시 30분 알람에 억지로 일어나 샤워를 했다. 그렇게 이르고 어두컴컴한 아침에 집을 나서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일어나기 힘든 순간들만 경험했을 때와 달리, 집을 나섰을 때의 기분 좋음을 느꼈기 때문이었을까? 2주간 나의 출근 시간은 7시 30분 전후로 고정되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한 필라테스를... 업무로 바쁘지 않 한 월, 수, 금 저녁에 빠지지 않고 해내는 것도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좀처럼 마음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어떤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에 가끔 까칠하게 반응하는 마음, 내가 누리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 나이 드신 부모님의 변화에 연민을 갖기보다 답답함이 앞서는 어리석음, 일을 하면서 나보다 남에게 과정과 결과를 더 기대하면서도 뒤쳐지기 싫어하는 욕심 등등... 그러나 전과 달라진 것은 이러한 내 마음을 더 들여다보기 시작하고, 어떻게 해야 이 마음을 가지는 습관을 바꿀 수 있을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출발어떤 마음, 특히 기분 좋지 않은 마음이 일어날 때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만큼 또는 그보다 더 해야 할 일은 운동이라는 것도 앞서 소개한 3명의 현인들을 통해 깨달았다. 김얀 작가도 2분에 35회라는 어려운 팔 굽혀 펴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고, 김승호 회장은 마음이 약해지고 다쳤을 때 운동을 통해 몸이 바뀌어야 마음이 바뀐다고 말한다. 법륜스님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기 위해 매일 아침 108배를 하면서 기도를 하라고 권하시는데,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108배는 꽤 강도가 센 운동이다.


오늘도 난 나의 지나치게 앞서고 긍정적인 마음과 상대의 말과 행동에 대한 오해, 나의 경솔함 등으로 꼬여버린 회사 업무와 관계로 마음속이 복잡하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과 말과 행동을 반복하 살고 싶지 않다. 1초, 1분, 1시간, 하루를 지날수록 어제보다 더 평화롭고 초연한 나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 이 글을 마무리하고 단 몇 개의 팔 굽혀 펴기라도 하고 나서 잠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에, 그리고 내 삶에 앞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사건과 사고들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우연히 벌어진 사건/사고들이 가만히, 똑같이 살고 있는 내 삶을 바꿔주지는 않는다. 어떤 계기로 삶이 "달라졌다"라고 표현하는 사람들 중 정말 달라진 사람들은 실은 그들의 삶을 "바꿨다". 누군가, 어떤 것이 나를 바꿔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심보다. 내 삶 바꾸기 위해서 순간순간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바꾸는 것에 집중하자. 또 실수하더라도 더 빨리 알아차리고 다시 바꾸기 위해 시도하자. 지금의 나는 습관의 누적체이고, 미래의 나도 습관의 누적체이다. 미래에는 어떠한 습관으로 가득 찬 나를 만들 것인지... 속상하다가도 바뀔 수 있다는 희망에 의욕이 솟구친다!


*캘리그라피 by 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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