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식의 동물'?
출근길 옷차림이 준 단상
흐리다. 구름이 잔뜩 끼었다. 14도. 쌀쌀하다. 하지만 출근길 사람들의 옷차림은 여전히 20도에 머물고 있다. 티셔츠와 셔츠 한 장만 걸친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오늘 아침 내 방 옷장 앞. 나는 가죽재킷을 꺼내었다가 다시 넣어놓고 얇은 점퍼를 꺼내 입었다. 가죽은 이미 너무 늦은 느낌에다 최근에 가죽옷을 입은 사람들을 못봤기에. '남들이 뭐라 하지않을까'.
출근길. 나는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계절의 변화를 가장 많이 실감한다. 나와 비슷한 두께의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고 내심 안심했다. '오늘 내 옷, 과하지 않았군'. 나보다 두터운 옷차림의 사람을 보면 '어디 아픈가', '옷에 관심이 없나'. 그렇게 위안과 추측을 순간순간 만들며 나는 그들을 지나친다.
'아, 춥다!'
결국 나는 사무실에 앉아 쌀쌀한 공기를 느끼며 얇은 마스크 한 장이 주는 따뜻함에 감사하고 있다. 그냥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었어야 했다.
두꺼운 가죽점퍼가 딱 좋았다. 후회가 밀려온다. 누가 내 옷차림에 신경 쓴다고. 괜한 '신경씀'이 가져온 결과다.
날씨에 비해 조금 두꺼운 옷이든 얇은 옷이든 그게 무슨 대수라고. 사람들 시선? 솔직히 아. 무. 도. 관심 없다.
가끔씩 이런 '타인의 시선'에 갇힌 내 모습을 깨닫고 어이없음과 함께 씁쓸함이 밀려온다. 누군가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그랬던가. 이런 미명 하에 지나치게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얷매여 있는 내 모습. 마냥 짜증스럽지만 어쩔수 없는 것일까 또 고민이 든다.
솔직히 '가식의 동물'이 더 맞는 표현이 아닐까.
'적당히' 남들과 비슷하게 맞추면서 살면 되는 거지 뭘 그리 힘들고 피곤하게 사느냐고? 그러기에는 나는 너무 자주 그 '적당'이 어떤 건지 헤매는 것 같다.
어떨 때는 '당연히 이래야지' 하면서도 또 어떨 땐 '뭐 이 정도야' 하고 쉽게 타협해버리는. 매번 바뀌는 애매모호한 기준에 나조차 그 마음을 도통 모르겠다.
나는 '진짜 사회화'되는 과정일까 아니면 그냥 내가 믿고 싶은 대로 그런 '척'하는 '가식 덩어리'가 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