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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May 25. 2020

위로의 방식

흐린 월요일 아침의 단상

이슬비가 잠깐 내렸다. 

 흐린 월요일 출근길. 10분 일찍 나서 사무실 가는 길 위의 풍경. 월요일이어서 그런가 부산스럽고 바쁜 모습이다. 어딘가를 가는지 바쁘게 싱싱 목적지로 달려가는 자동차들. 저마다 하얀색 미세먼지 마스크를 야무지게 쓰고 버스정류장에서 각자의 종착지로 데려다 줄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들. 왠지모를 무게감이 느껴진다.


07:45.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 오늘따라 일주일째 텅 비어있던 앞 사무실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공사를 하러 온 듯 여기저기 통화를 하느라 오랜만에 사무실이 있는 5층 복도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윙~또르륵'.

캡슐커피를 내려 아메리카노 한잔을 앞에 두고 여느 때처럼 나는 아침 필사를 시작했다. 한참을 쓰고 있는데.


'깜빡깜빡'.

"피곤하다"라는 톡을 직장 동기가 보내왔다. 월요병일까. 그냥 몸이 피곤한 걸까. 아님 마음이 지친 걸까. 나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위로의 말을 짜내어 보지만 마땅한 게 없다. 답장이 조금 망설여진다. 애써 쾌활함을 담아 답을 해보지만 역시나 반응이 시원찮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피곤한 것 일터.

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마음을 내려놔야 가능한 것인데. 그게 어디 쉬운 건가. 늘 마음이 쓰이는 일이 있다면. 그게 정리가 안되면 몸이 어디에 있든 뭘 하든 '찜찜함'이 따라다닌다. 마음이 그걸 혼자 짊어지고 돌아다니니 안 피곤하면 이상한 거다. 월요일 아침엔 더 그러지 않을까.


그 짐의 무게를 덜어줄 방법이 없을까.

사실 누군가를 위한 위로의 말은 그냥 위로의 말일뿐이다. 뻔한 말은 차라리 안 하는 게 어떨 땐 낫지 않을까 싶다.


그냥 말없이 옆에서 들어주 것. 그리고 어깨를 토닥토닥 해주는 것. 때론 그것이 뻔한 위로의 말들보다 진짜 '위로가 되는방식'아닐까.


요즘처럼 말도 안되는 새로운 고민들이 매일같이 생겨나는 때. 그렇게 말없이 위로해주고 또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 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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