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적성

영지의 고민상담실1

by 영지

"공무원이 적성인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물어보면 대부분은 아마 "에이, 누가 공무원이 적성에 맞아서 하냐, 그냥 되면 좋은 거지 "라고 답할 것이다.

'그냥 하는 직업이 공무원이다?'

뭐 공무원이 적성을 따지기에는 워낙에 직렬도 많고 하는 일도 다양하기에. 일단은 그냥 하는 게 맞는 것도 같다.

사실 나도 그랬다.
"우선, 합격이나 해라 좀"(예전 엄마 말씀)

하지만 합격 후 발령이 나면 그때부턴 또 얘기가 다르다.

합격의 즐거움도 잠시. 이런저런 일을 경험해볼 기회를 만들고, 나와 맞는 업무를 (어쩌면 수험생 때보다 더) 치열하게 찾아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본게임이다.

그래서 공무원은 그냥 되는대로 하면 안 되는 직업이기도 하다.

공무원의 일은 마스크미착용 과태료를 부과하는 딱딱한 일부터 마스크착용 홍보문구를 만드는 톡톡 튀는 작업까지 보기보다 꽤 다양하다. 수천 가지 업무가 '합격한' 누군가의 애정 어린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매년 1월과 7월이면 전국 곳곳에서 수만 명의 공무원들이 옆 사무실로 앞 건물로 건너편 동네로 이웃 도시로 해외로 때론 집으로. 새로운 업무와 일을 찾아 짐을 싸고 푸는 일을 한다.

나도 많게는 일 년에 세 번이나 짐을 싸고 풀었던 적이 있었다. 심지어 매번 다른 업무였다. 그때마다 일과 나는 주도권을 위한 싸움을 해왔다.

밀당의 결과에 따라 때론 내가 바뀌기도 하고 업무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해지는 사람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적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공무원의 적성은 발령 후에 그가 만나게 되는 수많은 업무들 중 나와 맞는 일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발견의 여정'을 얼마나 잘 즐길 수 있는지가 아닐까.

세상엔 공무원 시험 객관식 문제처럼 딱딱 떨어지는 질문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어쩌면 정답이 없는 질문이 훨씬 많을 수도)

조금 앞서서 그 길을 걷고 있는 내가 줄 수 있는 답은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정도가 각자 '다른 답'을 찾는데 가장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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