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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Mar 27. 2021

특별히 더 고마운 봄비가 온다!

스킨답시스 그리고 마티스의 이카루스

내가 일하는 공간은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는 곳이다. 지하공간. 햇볕도 바람도 들지 않는다.

늘 삭막하기만 할 것 같은 이곳에서 유일하게 싱그러운 자태를 뽐내는 존재가 하나 있다.

#스킨답서스
사무실 캐비닛 위 여기저기에서. 모양도 주인도 제각각인 일회용 용기에 담겨 있다. 하지만 그 공간 속 누구보다 온 세상을 덮을 듯이 끊임없이 싹을 틔우고 잘 자라는 존재다.

매일 조금 이른 아침 회의가 끝나고. 잠깐의 휴식을 위해 사무실 한구석에 앉아 차 한잔 마실 때면. 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 다이내믹한 생명체에게 향하곤 한다.

어제도 늘 그렇듯이 커피를 마시며 무심하게 스킨답서스를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뿌리며 잎이 너무 많이 자라 저 통이 '팡' 터져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몇 개를 밖으로 꺼내서 집으로 분양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그걸 깜빡하고 책상 위에 두고 왔다. '(물 넣은) 비닐에 뿌리를 싸서 두었는데 주말을 잘 견딜 수 있을까.' 어제 퇴근길 계속 이놈들이 생각나서 몇 번을 고민했다. 차를 돌릴까 말까. 결국 그냥 포기하고 있었는데.

아, 다행히 오늘 비가 온다!

특별히 더 고마운 비다.
우리 집 냥이에게는 달콤한 낮잠을
책상 위 스킨답서스에겐 촉촉한 습기를
그리고 나에겐 안도감을 선사했으니 말이다.

지금 보니 바로 옆 (앙리) 마티스 아저씨의 뜨거운 심장이 있어 그다지 춥지 않을 것 같다.(그에게 '이카루스'는 추락이 아닌 새 삶을 위한 비상이지 않았을까.)

벌써 나의 마음과 손길은 분주하다. 다음 주 새 가족을 맞을 준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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