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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Mar 31. 2021

밤벚꽃나무

3월 마지막날에

꽃피는 춘삼월의 마지막을 찍는 날이다. 다행스럽게 내게도 어제밤 3월의 벚꽃을 짧게나마 구경할 순간 주어졌다.

 

퇴근을 하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나니 벌써 9시가 넘었다. 산책을 가기에 그다지 늦지 않은 시간이다. 급히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봄날의 저녁 공기가 이리 시원했던가. 꽃향기가 살짝 실려 있는 시원한 바람을 얼굴 한가득 느끼며 공원으로 향했다. 한두명 벌써 저녁을 먹었는지 부지런히 조그만 트랙을 돌고 있다. 내가 막 트랙에 올라 걷기 시작할때 였다. 몇걸음 앞서 가로등 옆 나무 한그루가 시야에 들어왔다.


하얗게 빛나는 가로등. 옆에서 빛을 받아 더욱 얗게 활짝 핀 벚꽃나무. 둘의 조화는 새까만 밤공기를 바탕색으로 한폭의 그림처럼 불쑥 다가왔다.


요즘 하루에도 수십 수백건씩 업로드 되는 한낮의 벚꽃 사진들. 푸른 하늘색의 바탕눈이 부시게 밝은 햇살의 조명을 받아 꽃인지 나비떼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화사하고 현란하다. 단단한 자석처럼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끌어당기는 꽃들의 대향연이 바로 낮의 벚꽃이 아닐지.


그에 반해 밤벚꽃은 어떤가. 은은한 백색 가로등 하나에 의지해 덩그러니 홀로 서있는 '나무 한그루'다. 낮 시간 거침없이 쏟아지는 수백명의 시선과 셔터소리에서 벗어나서 그런걸까. 왠지 편안해 보이기도 하고, 반면에 조금은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꼭 사람처럼.


편안함이든 외로움이든 어느쪽이든. 나는 밤에  벚꽃나무에 눈길이 더 간다. 화려한 모습은 여전하지만 밤의 서늘함을 함께 품어서 그런지 왠지 더 기품이 있어 보이기에.


그냥 좋다!


오늘도 나는 벚꽃이 아닌 벚꽃나무를 보러 나간다. 더없이 짧기에 더 찬란하게 아름다운 봄날의 시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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