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퇴사

영지의고민상담실 13

by 영지

"주무관님, 그렇게 답답한 분위기에서 어떻게 일해요? 저는 벌써 관뒀을 거예요."


몇 년 전 구청에서 일할 때다.

당시 어느 민간기관과 함께 협업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나에게 조금은 딱해 보인다는 투로 그 기관의 직원이 던진 말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몇 번 비슷한 사유로 이직을 했는데 후회는 없다고 덧붙인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사실 조금은 충격을 받았다. 먼저, 관공서 사무실 분위기가 외부인들이 느끼기에 그렇게 답답하고 세상 재미없는 곳으로 보였다는 사실에. 십 년 이상 그곳을 오가며 살아온 나는 또 어떤 사람으로 비쳤을까 싶었다.


그리고.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관둘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는 자각까지. 솔직히 그의 말에 '공무원이 되어 십 년이 지난 나는 왜 관두지 않고 아직도 잘 다니고 있을까' 자문해 봤다.


고생한 수험기간이 아까웠던 걸까.

아니면 당장 이거라도 안 하면 내가 뭘로 먹고살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과연 퇴사만이 답일까. 혼란스러움에 며칠 고민하다가 또 몇 년이 흘러버렸다.


공직 초기.

첫 발령지였던 내가 살던 동네 주민센터. 가로세로 1미터 남짓의 조그만 민원대에서 10개월 근무는 내가 공무원이 되고 '가장 자주 그리고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하루에도 수십 번 때려치우고 싶다고 되뇌면서 일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운 좋게 육아와 함께 1년간의 휴식을 거치면서 '퇴사'는 내 머릿속에서 점점 잊힌 '딴 세상' 단어가 되었다. 휴직을 한 것이 내게 운이 좋았던 걸까 아니면 반대로 나쁜 것일까. (결과를 보려면 조금은 더 지나 봐야 하지 않을까)


복직을 하고.

몇 년이 지나 구청에서 외부사람이 나를 보고 그렇게 갑갑한 곳에서 어떻게 일을 하냐고 의아한 듯 물어봤을 때. 당시 나는 '나의 답'을 갖지 못했다. 그냥 남들도 잘 다니니까 나도 잘 다니고 있었던 것뿐. '퇴사'는 공직 초반에 잠깐 내가 고민했던 과거형의 해법이었다.


왜냐하면.

직장에서의 이유모를 답답함에 대해서 나는 이미 다른 접근법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동기의 전보발령에 실망해 훌쩍 해외로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퇴근 후 대학원을 다니면서 풀리지 않는 현실을 나 자신을 위한 투자로 꾸역꾸역 채우고 있었다. 퇴사가 '영원한' 도망이라면 내가 선택한 것은 '일시적'인 회피였다.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

이제 13년 차 선임 실무자가 된 지금. 그사이 나는 내 직업에 대한 책을 한 권 세상에 내놓았다. 또 가끔은 이렇게 내 직업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글도 쓰면서 나름 미미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성과물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중이다.


과연, 퇴사만이 답일까.

내가 아는 한 퇴사는 미묘하게 양면성을 담고 있다. 비겁함과 용기. 누군가의 퇴사는 회사 밖 미지의 세상을 향한 용기 있는 선택이지만 또 어떤 퇴사는 비겁함과 회피를 품고 있다. 진실은 자신만이 알 수 있지 않을까.


버티는 선택도 마찬가지다.

남아서 남들과 똑같아지든지 아니면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선택의 홍수 속에서. 단순히 '퇴사' 하나만 놓고 보기에 사실 인생은 변수가 너무 많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일단!

버텨보기로 했다. 버티면서 그때그때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지금 내가 가진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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