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종종 들르는 동네 카페에 와서 앉았다. 검은색 2인용 테이블과 깔끔한 인조가죽의 의자가 나란히 마주 보는 자리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럿이 온 손님보다 나처럼 혼자 노트북을 앞에 둔 사람이 훨씬 많다. 하나같이 낯선 얼굴들이지만나는 왠지 모를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노트북 바탕화면 폴더에서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둔 원고를 열고 작업을 시작했다. 생각이 자꾸 끊어진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문득 '대체 공휴일엔 뭐하지?'궁금해졌다. 나조차도 이렇게 헤매고 있는 공휴일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 같은 월급쟁이에게 (피 같은) 연가가 아닌 돈을 받으며 집에서 쉴 수 있는'대체공휴일'은 왠지 더 뜻깊게(?) 아니면 더 많은걸(?) 하면서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든다. 사실 어젯밤부터 나는 '오늘'을 어찌 보낼지 살짝 고민을 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눈을 뜬 후 밀린 집안일과 세차 외에 별다를 것 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미리부터 시작한 공휴일에 대한 고민이 무색해졌다.
직장인에게 '쉰다'는 의미. 무급과 유급. 뭔가 차이를 만드는 것 같지만 결국 사무실로 출근만 하지 않을 뿐 내 마음은 그 근처 어딘가를 맴도는 것 같다. 장소만 바뀌었지 사무실에 앉아 PC 모니터를 보듯 카페에 앉아 노트북 모니터를 습관처럼 바라보는내가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공휴일엔 '야외로 가야지, 늘어지게 자야지, 영화를 봐야지, 집안 청소를 해야지' 등등. 누구든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뭔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늘 가던 장소를 가지 않고 늘 보던 얼굴들을 보지 않고 늘 하던 일을 하지 않으니. 뭐 잠깐이나마 기분이 전환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진짜 이거 내가 이 시간을 제대로 보내는 건지 문득 또 의문이 든다. 지금 카페에서 노트북을 앞에 둔 내 모습처럼 말이다. 이 순간은 차라리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나을까도 싶지만. 유급 공휴일이기에 이건 또 아닌 것 같고. 도대체 공휴일에 뭘 해야지 제대로 쉬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음...나에게 굳이 대답을 주자면,
늘 하던 생각이 아닌 뭔가 '새로운 고민을 남긴 시간'이라면 그날은 뭘 하든 제대로 보낸 것이 아닐까
나에게 쉰다는 의미는 매일매일 쉼 없이 돌아가는 일상의 쳇바퀴 위에서 잠시 나를 내려놓고. 바로 앞 테이블, 옆 테이블 그리고 건너편 테이블에앉아 할일에 몰두하고 있는 나이도 옷차림도 제각각인또다른 '나'를 무심히 바라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 '바라봄'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쳇바퀴 위로 스스로를 다시 끌어올리며 내일 또 시작되는 일상의 지리함과 예기치 않은 사건들을 무덤덤하게 맞이할 수 있는 용기를 차곡차곡 채워가는 것아닐지.
어느새 밖은 어둑해지고 밤을 향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골목길 가로등이 하나씩 켜진다. 카페 안에는 더 많은 수의 노트북들이 또 하나씩 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