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거울 앞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더 깊이, 더 자주 나를 사랑할 자유

by 영지

운동하고 집에 돌아오면

나는 방문을 한 번쯤 걸어 잠근다.
아들이 불쑥 문을 열고 들어와 “엄마, 밥 뭐 해줄 거야?” 하고 묻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나도모르게 잠깐 인상이 찌푸려진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기에.


그리고 붙박이장에 붙은 긴 거울 앞에 서서

비로소 천천히 내 몸을 마주한다.


그날 집중한 운동 부위를 거울로 보면서
혼자만의 만족감을 충분히 천천히 즐긴다.
언제 내가 내 몸을 이렇게까지

살펴보고, 뒤돌아보고, 다리도 살짝 꼬아보고, 허리도 강조해보고.

그렇게 내 몸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던가.


나는 내 몸을 사랑하는 이런 시간을

지금까지 너무 적게 가졌던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이, 더 자주,

내 몸에 눈길을 주고,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으려 한다.


그동안의 나는

타인의 몸, 외모, 감정, 행동에
내 눈길의 너무 많은 부분을 써버린 것 같다.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아들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
“엄마, 밥 뭐 해줄 거야?” 하고 묻더라도
나는 내 몸을 향한 이 사랑의 시선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인상 한번 팍 쓰더라도

...

더 길게 더 자주 나를 사랑할 자유.
나는 운동하는 나로부터 이 소중한 걸 얻었다.
예기치않은 선물처럼...


오늘도 나는

거울 앞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