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은 관측 행위를 수행하는 탐침
어둠이 지배하는 이 캔버스는 거대한 양자장이다. 내 손에 쥐어진 붓은, 관측 행위를 수행하는 탐침이다. 나는 이 캔버스 위에 호랑이라는 실재를 '구현'하는 과정을 양자역학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며. 그림을 그린다.
처음부터 호랑이를 의도하지는 않는다. 알 수 없는 점만 있을 뿐이었다. 이 점 하나하나는 양자의 알갱이를 의미한다. 붓끝이 캔버스에 닿기 전, 이 알갱이는 무수한 가능성을 가진 파동 상태로 존재한다. 어른거리는 푸른빛, 은빛의 에너지가 캔버스 위를 유유히 떠다니며 흐릿흐릿하게 떨고 있다.
그리고 붓이 툭 하고 닿는 순간, 관측이 일어난다. 파동 상태에 있던 알갱이는 비로소 한 곳에 콕 박혀 입자로 결정된다. 나는 이 행위를 반복한다. 톡톡톡, 콕콕콕. 수만 개의 점을 반복하여 찍는 것은, 파동이 수렴하여 물체로 인식되는 과정을 재연하는 것이다. 눈을 가만히 뜨고 보면, 수많은 불확정성이 우글우글 모여 흰 호랑이의 늠름한 윤곽을 만들어내는 광경에 전율한다. 이 과정이야말로 양자중첩 상태가 붕괴하여 사물의 인식을 도출하는 마법이다.
호랑이 털을 묘사하는 선의 움직임은 의도적으로 흔들리고 흐트러진다. 이는 불확정성의 표현이다. 위치가 정확하면 운동량이 불분명하듯, 강력한 푸른빛의 털들은 스르륵 미끄러지며 불분명한 경계를 만든다. 마치 실타래가 사르륵 풀리듯, 존재의 경계가 유연하게 이어지며 호랑이가 있음과 없음의 경계 사이에서 간질간질 떨고 있는 듯한 느낌을 부여한다.
김남효, 양자파동아트 ‘ 있음과 없음의 경계 사이’ 2025
칼라는 또 다른 파동이다. 푸른색의 기운이 아래의 꽃에서 시작하여 쑤욱 위로 퍼져 나가, 호랑이의 목덜미를 지르르 감싸 안는다. 서서히 퍼지는 칼라는 에너지가 흐느적흐느적 이동하는 파동의 모습을 닮았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붉은색과 노란색의 충돌은, 색채의 강렬한 상호작용을 보여주며 캔버스에 생생한 열기를 불어넣는다.
붓질은 이 모든 역동적인 과정을 담아내는 리듬이다. 점을 찍는 톡톡톡 하는 미세하고 빠른 리듬과, 칼라가 은은히 번져나가는 느리고 깊은 리듬이 캔버스 위에서 쿵짝쿵짝 조화롭게 울린다. 호랑이의 도도한 눈빛이 마침내 강렬하게 반짝이며 응시할 때, 나는 비로소 관측자로서 파동을 입자로 수렴시키는 소명을 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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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효 박사(Dr. Namhyo Kim)는 대한민국 출신의 화가이자 건축학자, 그리고 양자파동아트(Quantum Wave Art)의 창시자로,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디자인 석사, 홍대 동양화 석사, 연세대학교에서 MBTI & 건축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양화부문 우수상, 중앙회화대전(중앙일보주최) 동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은 Quantum Wave Art Series 와 Eye Contact, 등 이며 Qwaf 포럼을 개최한 양자파동 예술가이다.
종로미술협회 교육위원장, 지민(址旻) 동서양디자인연구소 대표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