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사물들로 가장 낯선 풍경

르네 마그리트, ‘피레네의 성’

by Quantum 김남효

기묘한 만족감이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의 현실을 뒤집어 놓는 그 '이미지의 충격'이야말로 진정 추구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처음 이 구상을 할 때, 내 감정은 낡은 관념에 대한 지긋지긋함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바위'는 마땅히 '땅' 위에 묵직하게 덩어리져 있어야 하고, '성'은 그 바위 위에 견고히 서 있어야 한다는 고정된 생각을 당연시한다. 이 '당연함'에 잔뜩 비웃음을 보내는 의도이다.


그림을 그리는 내내 일종의 유쾌한 반항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무거운 바위덩이가 하늘에 둥실 떠 있는 이 모습이 얼마나 엉뚱하고 시적인가!

보는 이들이 순간 '어, 왜?' 하는 의문을 던지게 만드는 그 찰나의 정지 속에서, 비로소 세상의 신비가 살짝 드러난다고 외치는 것이다.


이 그림의 구도는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가장 비현실적인 대비를 갖는다.

캔버스 하단, 바다는 잔잔하게 펼쳐져 있다. 물결은 찰랑찰랑 부서지며, 세상의 변치 않는 일상을 고요히 반영하는 듯하다. 이 수평선은 현실의 확고한 경계선이다.


그리고 바로 이 수평선 위, 화면의 중앙을 압도하듯, 거대한 바위가 떡하니 부유하고 있다. 바위의 표면은 울퉁불퉁하고 육중하여, 그 무게감이 시퍼렇게 느껴지는 듯하다. 이 바위는 중력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법칙을 대놓고 거부하는 오브제이다.

르네 마그리트 ‘피레네의 성’, 1959


바위의 꼭대기에는 작지만 또렷한 돌 성이 오롯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성은 인간의 '보호'와 '권위'를 상징하는 구조물이다. 하지만 이 성이 지반 없이 허공에 덜렁 떠 있다는 사실은, 모든 견고한 믿음이 실은 얼마나 덧없는 환상일 수 있는지 말없이 증언하는 것이다.


배경은 뭉게뭉게 흰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파란 하늘이다. 지상과 하늘의 경계를 무시하고, 바위는 구름 사이에 스스럼없이 끼어 있다.


이 세 가지 요소—바다, 바위 위의 성, 하늘—를 정확하게 분리하여 배치함으로써, 현실의 논리를 와르르 무너뜨리는 새로운 시적 이미지를 창조하고자 한 것이다.

익숙한 사물들로 가장 낯선 풍경을 만들어내는 의도다.

이 그림은 우연한 환상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숨겨진 근본적인 물음표를 선명하게 던지는 시각적 수수께끼인 것이다.


이 바위는 보는 순간, 내 그림 속에서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중첩되어 존재한다. 어떤 이는 거대한 질량을 지닌 채 느긋하게 떠 있는 바위로 보겠지만, 또 다른 이는 마치 거시 세계로 툭 튀어나온 양자 입자처럼, 순간마다 다른 위치에 미세하게 존재할 확률을 가진 구름처럼 느끼기도 할 것이다. 관측자의 시선이 닿는 그 찰나, 비로소 하나의 선명한 바위로 붕 떠오르며 현실에 고착되는 것이다.


경계를 허물고, 가능성의 파동이 일렁이는 세계를 보여주는 창문인 것이다.


경계에 머물지 말고, 이렇게 해 보길…


마그리트 관점에서 그림 읽어 가기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는 벨기에 출신의 저명한 초현실주의 화가로, 일상적인 사물을 낯선 방식으로 결합하여 현실과 이미지의 경계를 탐구했으며, 그의 대표작으로는 《이미지의 배반 (The Treachery of Images)》(Ceci n'est pas une pipe)와 《인간의 아들 (The Son of Man)》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