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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기 Sep 06. 2016

자식 대학 보내기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었다가 최근 약간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사실 만으로도 인생을 그럭저럭 무탈하게 살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대학졸업은 스펙의 범위에 속하지도 않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 진학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은데,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고교를 갓 졸업하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 속으로 내몰리기 전에 얼마간의 시간 동안만이라도 인생을 관조하고, 자신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싶어하는 심정도 대학진학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나의 경우는 선지원 후시험의 학력고사 세대이고, 선지원 후시험이라는 제도가 부작용에 대한 아무런 검증 없이 실시된 나머지 나를 비롯한 많은 입시생들이 피해를 본 경우에 해당한다.


나 역시 원하는 대학진학에 실패한 쓰디쓴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자식은 부모보다 나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나름 자식 대학진학에 골머리를 앓았다.


누구나 첫아이의 교육에 더 정성을 들이듯, 나도 첫아이에게 어렸을 때부터 많은 신경을 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아이가 천재도 아니고 부모가 원하는 만큼 영특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포기하거나 방관하지는 않았다. 문득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혹은 '우리 아이가 사실은 어떤 방면에 소질이 있는데 내가 그걸 발견하지 못하고 키워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등의 생각으로 종종 마음이 괴로웠다.


외고를 가겠다고?


아들과 진학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은 아이가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는데, 지역 외국어 고등학교에서 주최하는 캠프에 갔다오면서 갑자기 자기도 외고에 진학하겠다고 하면서 부터였다.


다른 아이들은 초등학교부터 외고진학을 준비하는데, 중1도 아니고 중3인데 불과 몇개월을 준비해서 외고에 진학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고, 괜히 상처만 받을 것 같아 반대했다.


사실 아들이 다니던 중학교는 개교한지 몇년 안된 학교였고, 지역에서도 학구열이 별로 높지 않은 동네에 위치하고 있어 학교 내에서 날린다고 하는 아이들도 그리 학업수준이 높은 것이 아니었는데, 우리 아들은 거기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며칠을 울고불고 고집을 꺽지 않는 아들을 그냥두고 볼수는 없어 외고입시 학원에 데리고 갔고, 예상외로 영어 테스트 후에 그 학원에서 받아 주어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아들은 원하는 외고가 아니었지만, 또, 별로 유명한 외고는 아니었지만 외고에 합격했다.


아들의 중학교에서 그해 특목고에 진학한 학생은 5명, 학교 교문에는 아들을 포함한 5명의 아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현수막이 붙었고 우리 가족은 그 교문 앞에서 인증샷까지 찍었다.


그러나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외고에서 나올 수 있는 성적이 아닙니다!


문제는 선행학습이다.


그 망할놈의 선행학습을 다른 아이들은 죽도록 하고 또 한다. 부모들은 시키고 또 시킨다.


나 역시 어떤 때에는 넋놓고 아이한테 모든 것을 맏겨두고 있다가도, 주변에서 어떤학원을 보내고 어떤과목은 과외가 효과적이고, 어디 학원이 좋다더라 등의 말을 들으면 또 마음이 불안해 지고 학원을 알아보고 아들을 설득하는 일이 반복되었고 나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첫 모의고사 후 학부모 면담에서 들은 이야기는 '외고에서 나올수 있는 성적이 아닙니다'였다.


그리고 그 이후 학교에서는 어떠한 케어도 해주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도 특목고에 진학할 정도면 학교에서 케어해 주지 않아도 부모들이 알아서 학원, 과외 등을 하고 있고, 오히려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 등으로 묶어 두는 것을 불만스러워한다.


그 후 아들은 꾸준히 공부하여 조금씩 조금씩 바닥을 탈출했으며, 나중에 보니 '수학의정석'책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외고 학부모들 모임에 나가면 얼마간 위화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으려고 노력했다. 엄마들 모임에서 한 엄마가 이런말을 했다. '총액 불변의 법칙을 알아요?'. 이 말은 지금 학원비와 과외비를 아끼면 나중에 재수하면서 꼭 그만큼 돈을 쓴다는 말이라고 한다.


그 법칙이 맞았는지, 아들은 꾸준히 성적을 올렸음에도 수능을 망쳤고, 재수를 하게 되었다.



'재수'라는 암흑기


아들은 재수를 하면서 고교시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았다.


집이 수원이고 재수학원은 서울 강남에 있으니, 매일 아침 6시에 집을 나가 밤 12시에 집에 돌아왔다.


아들은 열심히 공부해 여러번 모의고사 성적 상위 50위에 들어 학원에 붙는 방에 이름을 올리곤 했고, 아들과 나의 기대치는 점점 높아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수능에서 약간의 실수가 더해져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했고, 모 대학 수시논술에서도 추가 1번까지 대기되었다가 결국 고배를 마셨으며, 원하는 대학이 아닌, 정시에서 안정지원한 대학에 합격했다.


후에 아들은 나에게 '재수시절은 나의 암흑기였다'고 말하며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토로하였다.


나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새벽밥을 해주거나, 밤늦도록 아들이 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야식이라도 챙겨주거나 하는 일들이 힘겨웠는데, 더 힘들었던 아들을 위해 좀더 신경써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할 뿐이었다.



하지만, 대학이 인생의 완결이 아니고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쨌든 첫아이의 입시는 끝났고, 나와 아들에겐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 몇해 동안은 입시철이 되면 왠지 모를 아쉬움과 불안함에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이젠 그 터널을 벗어난 것 같다. 그래도 서울에 있는 열손가락 안에 드는 대학에 진학했다는 것에 감사함도 느낀다.


아들은 군대에 입대하였고, 올해 12월에 벌써 제대다. 내년에는 2학년으로 복학할 예정이다.


아들의 고교 동창들 중 재수하지 않은 여학생들은 내년에 졸업을 한다.


벌써부터 해외 유학이다, 취업준비다, 휴학하고 해외 인턴으로 간다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지만 요즘 청년들의 미래가 밝지 않기에, 요즘은 다시 한번 대입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직도 난, 내가 아이들을 교육시킨 방법이 좋은 것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부모들은 자식이 대학에 진학해서도 학점관리를 하고 유학을 계획하는 등, 아직도 자식의 미래를 디자인하고 있는 부모들이 있는 것 같지만, 난 그건 아니라고 자위해 본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꼭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취직할 것인지... 확실한건 우리나라에서는 그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적은 확률 안에 들었다고 해서 삶을  제대로 살수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생이라는 긴 잣대를 놓고 보았을 때는 정답은 없는 것이다.


아들은 성실함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라 다시한번 믿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이젠 독립할 나이도 됐으니 걱정은 잠시 접어두려고 한다.


(다음엔 기회가 되면 둘째, 딸아이의 대학입시 고군분투기를 한번 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딸아이가 자기 얘기는 안써준다고 샘낼 것 같아서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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