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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기 Oct 09. 2016

빼박캔트

빼도박도 + 못한다(can't)

일요일 저녁에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주말이 저물고 있다는 걸 만끽하고 있다.


한동안 개콘을 잘 보지 않다가 요즘 한두번 보게 되었는데, '빼박캔트'라는 코너가 눈에 들어온다.


사실 이 코너를 보면서 여자인 나로서는 맘놓고 웃게 되지는 않는다. 물론 웃자고 만든 개그프로그램이고 다소 과장되거나 풍자적인 내용을 다루게 되는 것인줄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이제는 구세대에 속하는 나로서는, 저런걸 보면서  여자들이 다 저렇다는 편견을 가지게 될까 걱정도 되고 요즘 화두가 되고있는 여성혐오에 기름을 붓는 듯한 느낌이 들어 과히 기분이 좋지는 않다.


이 코너는 여성과 남성의 감정과 표현, 행동의 차이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지만, 남성이 여성에게 꼼짝 못하는 상황, 다분히 여성상위의 상황이 그려지고 있고, 온세상  여자가 저렇게 까다롭고 맞추기 힘들지만 남자들은 기꺼이 여자에게 봉사한다는 메세지를 전달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옷을 사러간다.

여자는 뜬금없이 말한다.


여자 : 오빠는 나 처음 만났을때 느낌이 어땠어?


남자는 독백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이순간 말을 잘못하면 일주일이 괴롭다. 2년전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다 남자는 묘안을 생각해 내고 이렇게 말한다.

 

남자 : 뻔했어


여자 : 뭐라구?


남자 : 너무 예뻐서 뽀뽀할뻔 했다구


여자 : 아이 몰라~~


이렇게 남자는 위기를 모면하는 식이다.


하지만 내가 딱히 이런 개그를 보면서 여성을 비하한다는 둥 하는 비판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 남자는 저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 하는.


남자의 독백을 여자가 듣는다면  '어쩜 그런걸 잊어버리고 기억을 못해. 마음이 식었나봐'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자가 진짜로 여자에 대한 마음이 식었다면 이런 짜증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여자의 기분을 맞추어 주고 만남을 계속하길 바라지는 않을테니까.


정답은 나왔다.


애인이든 배우자이든 서로의 감정을 맞추어 주려고 노력하고 배려하려고 애쓰는 마음이 사랑인것이 아닐까. 특히 오랜 인생의 여정을 함께 해야하는 부부의 경우에는.


문제는 빼박캔트에서처럼 누구 하나만 하는 노력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개그코너다. 하지만 개그는 개그일뿐 심각해 지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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