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초중고교 시절에는 학원비가 부담이었는데, 대학생이 되니 등록금과 용돈 등 생활비가 부담이다.
첫째아이를 잠시 학교근처에 자취시켰었는데 반지하 원룸 월세가 45만원이었다.
그나마 서울 외곽지역이라 그런 것이지, 신촌 등 중심가 대학 근처는 이보다 훨씬 비싸다.
서울 뿐만 아니라 대학들이 많이 모여있는 천안만 해도 월세가 40 ~ 50만원 선이고, 서울 못지 않게 비싸다.
뉴스 보도에 의하면 대학가 월세가 서울 강남의 아파트 월세보다도 비싼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첫아이가 올해 말 제대하여 내년에 복학 예정이고, 딸아이도 대학을 다니고 있어 내년에는 집안에 대학생이 두명이다.
다행히 남편 회사에서 등록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등록금의 부담은 없어, 남편 회사 정문 앞에서 절이라도 하고픈 심정이다.
우리집은 두 아이의 학교로부터 중간지점에 있고 교통도 좋은 편이라 아이들의 통학을 위해 이사를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고, 더구나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둘째는 학교의 음향시설을 야간에 이용하기 위해 기숙사 입주나 원거리 통학이 불가하다고 버티고 있어, 어쩔 수 없이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것을 허락할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은 딸아이의 자취를 허락하지 않고 있고, 딸아이는 자기 힘으로 월세를 내겠다며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여 2년동안 뼈빠지게 일해서 그 많은 돈을 월세로 쏟아 부었다.
내가 지혜롭지 못한 엄마인지 모르지만 많이 안쓰럽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부녀를 보며 화도 난다.
우리나라는 만19세가 되면 법적으로 성인이다.
이혼을 하는 경우에도, 아이를 양육하는 일방에게 상대방이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는 아이가 성년이 될때까지가 전부다.
성년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기자신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구 선진국의 아이들은 고교때부터도 독립하여 학비와 용돈을 벌어가며 공부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딸아이가 알바를 하는 것을 보면, 최저시급으로 하루 8시간을 일해도 일당은 4만8천원 남짓 되고 휴일빼고 매일 일한다 하더라도 월 100만원의 수입에 못미친다. 이걸로 보통의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충당하고, 월세를 내고, 밥사먹고 교통비를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모의 지원이나 대출이 필요하게 된다.
그나마 이렇게 하는 것은 방학기간 동안이고, 학기 중에는 수업을 마치고 하루 서너시간 밖에 일할 수 없는데,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는 것은 둘째치고, 이렇게 하다보면 학점관리는 엉망이 되는 것이다.
엄마라도 경제력이 있어 선뜻 월세와 용돈을 지원해주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데, 내가 직장을 다닌지 얼마 되지 않아 모아둔 돈도 없고, 남편이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이 답답하기는 하지만, 사실 성인이 된 자식을 어디까지 보살펴 주어야 하는 것인지 회의가 들기도 한다.
산넘어 산이랬다고, 이래저래 자식이 함께 늙어갈 때까지 자식 걱정과 경제적 지원에 부모의 노후는 어떻게 될 것인지 심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또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 부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