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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Feb 19. 2024

34. 도를 배우면 생각이 줄고 애쓰지 않는다

도덕경 제48장

학문을 하면 날마다 늘고,

도를 배우면 날마다 준다.


덜고 덜어 의식적으로 하는 게 없는 경지에 이른다.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없으나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세상을 얻는 것은 애쓰지 않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으로 애써도 세상을 얻을 수 없다.


爲學日益, 爲道日損.

위학일익, 위도일손.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손지우손, 이지어무위.

無爲而無不爲.

무위이무불위.

取天下, 常以無事.

취천하, 상이무사.

及其有事, 不足以取天下.

급기유사, 부족이취천하.


리더는 자기 생각과 순리에 어긋난 의도적 노력으로 세상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리더에게 비움이 아름다운 채움이다. 지식이나 자기 생각을 비우고 그 자리를 세상의 이치와 백성의 마음으로 채운다. 


리더에게 지식보다 환경을 읽는 통찰력과 사람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더 중요하다. 통찰력과 공감 능력은 학문보다 마음공부로 얻을 수 있다. 마음공부로 침착함, 상황을 관조하는 능력과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자기 생각대로 하지 않는다(무위無爲).'

학문을 열심히 하면 자기 생각이 확고해지고, 수도를 열심히 하면 자기 생각이 없어진다. 자기 생각대로 하지 않고 순리대로 하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 폭 좁고 수시로 변하는 지식으로 사람과 외부 환경을 분별하면 잘못 판단하기 쉽다. 마음의 소리를 듣고 세상의 이치를 살핀다.


큰 그릇은 자기 생각을 덜어내 빈 그릇이다. 조용히 자신을 낮추어 빈 마음으로 시대와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 그런 사람은 때와 곳을 알며(適時適地), 인재를 포용하고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쓴다. 내 이익만 우선시하지 않기 때문에 백성들이 기꺼이 협조하고 따른다.


반면 자존심이 세고 똑똑한 사람은 채워진 그릇이다. 지식과 능력을 열심히 쌓아 남보다 뛰어나다고 인정받는다. 똑똑해 내 이익과 남 이익을 구별 잘하고, 경쟁도 잘한다. 조직이 하나되는 것을 방해한다. 남에게 자기 능력에 걸맞은 대접을 요구한다.  손해보지 않기 위해 논쟁하거나 경계해야 하므로 같이 있으면 피곤하다. 남들이 편안히 기댈 존재는 아니므로 남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사람을 다스리거나 사람과 관계할 때 지식을 쓰지 고 진심으로 대한다. 마음을 비우고 낮출수록 그 빈자리에 세상의 이치와 이 들어온다.


자존심이 세고 똑똑한 사람은 자기주장을 꺾으려 하지 않는다. 세상의 흐름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자기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해도 세상은 그런 합리성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기 생각을 비우고, 비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세상도 받아들이고 시장의 흐름에 맡기는 게 더 현명하다.


유가는 세상을 다스리기 위해서 먼저 학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교 경전인 대학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사물의 이치에 대해 깊이 연구하여(格物) 지식을 넓힌다(致知).' 도가는 좀 다르다. 세상을 다스리는 출발점을 본성 회복으로 본다. 본성은 원래 있는 것이지 학문으로 갈고닦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지식, 의욕과 자의식은 본성을 가리는 장애물로 생각한다. 본성과 만나기 위해 고요함을 지극히 하고, 자기 생각을 비우는(16장) 방법을 사용한다.


'애쓰지 않는다(무사無事).'

순리에 내맡기면 힘이 안 든다. 억지 노력을 아무리 한들 얻을 수 없는 것은 얻어지지 않는다. 세상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움직이므로 순리에 어긋난 것에 애쓸수록 더 꼬인다. 마치 목적지를 잘못 잡은 상태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목적지와 더 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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