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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Mar 22. 2024

65. 있는지도 모르게 다스린다

도덕경 제17장

극상은 있는지 없는지도 알지 못하고,

다음은 어버이처럼 가깝고 존경하며,

그다음은 두려워하고,

그다음은 업신여긴다.

 

왕이 자율에 안 맡기니

왕의 믿음이 부족하도다!

백성을 믿지 아니하구나!

 

왕이 자율성에 맡기니

여유롭고 한가롭구나!

말을 아낀다.

공을 이루고, 이루려는 일을 완수하면

백성 모두 내가 스스로 그리했다 한다.

 

太上不知有之, 其次親而譽之,

태상부지유지, 기차친이예지,

其次畏之, 其次侮之.

기차외지, 기차모지.

信不足焉, 有不信焉.

신부족언, 유부신언.

悠兮, 其貴言.

유혜, 기귀언.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

공성사수, 백성개위아자연.

 

있는 듯 없는 듯 다스림(무위의 리더십)이 최고며, 리더가 무시당하는 것이 최하다. 극상의 리더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한다. 말을 아끼며, 공은 백성에게 돌리고, 백성들의 자발성을 이끌어 낸다.

 

보통 사람들은 존경하는 리더십-두려워하는 리더십-있는 듯 없는 듯한 리더십(무위의 리더십)-경멸하는 리더십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자는 있는 듯 없는 듯한 리더십(무위의 리더십)-존경하는 리더십-두려워하는 리더십-경멸 대상의 리더십 순이라고 주장한다. 왜 그런가? 원래 극히 소중한 것은 곁에 있으면 잘 모른다. 곁에 없어야 소중함을 느낀다. 치아가 멀쩡하면 있는지도 모른다. 치아가 탈이 나야 그 존재감을 뚜렷하게 알 수 있는 이치와 같다. 치주염으로 씹을 때 아픈 경우 치아가 아주 중요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러 종류의 리더십을 소통, 자발성, 만족 측면에서 비교한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리더십은 존경하는 리더십, 두려워하는 리더십, 무시당하는 리더십이다. 존경하는 리더십은 소통이 아니라 백성이 리더를 일방적으로 따르며, 두려워하는 리더십은 리더가 일방적으로 명령과 지시를 내린다. 무시당하는 리더십은 소통은 서로 존중해야 하는데 리더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어 소통이 잘될 리 없다.

 

백성의 자발성 측면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리더십은 리더가 백성의 자발성에 맡기므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존경하는 리더십은 왕에 대한 존경이라는 외부동인에 의해 움직이므로 백성이 자발적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다. 두려워하는 리더십은 리더가 백성의 자발성을 믿지 못하고 안 따르면 벌을 내려 강압적으로 하도록 한다.

 

백성의 만족 측면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리더십은 백성이 자발적으로 하므로 만족도가 높다. 존경하는 리더십은 백성이 리더를 따라 하고 리더 때문에 자기가 잘되었다고 생각하여 만족도가 떨어진다.

 

'존재조차 모르는 극상의 리더십(무위의 리더십)'

극상의 리더십을 발휘될 때 백성은 리더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른다. 구성원을 뒷받침해 주고, 밀어주는 부드러운 리더다. 리더는 자신을 낮추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백성은 리더가 얼마나 훌륭한지 모른다. 이런 경지의 리더는 백성을 아끼고, 조용히 지켜보고 간섭하지 않는다. 불언과 무위를 사용해 리더십을 발휘한다. 공을 이루고도 별 말을 하지 않는다. 백성들은 스스로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존경하는 리더십'

그다음은 백성이 리더의 존재를 알며 존경하는 리더십이다. 리더가 앞장서 구성원을 이끈다. 백성은 리더가 훌륭하다고 생각하여 그 리더를 섬기고 존경한다. 백성들은 훌륭한 리더를 본받고 따라 한다. 왕이 주인공이고, 백성들은 본받고 따라 하는 조연이다. 백성들은 주인공을 뒤따라가기 버겁고, 존경하는 리더라는 외부동인에 의해 움직이므로 자발적이지 않다.


 '두려워하는 리더십'

그다음은 백성이 리더의 존재를 알며 무서워하는 리더십이다. 사람들은 카리스마 있는 리더를 좋아한다. 위험한 생각이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돈과 경찰 및 검찰을 동원하여 힘으로 통제하기 때문에 백성은 리더를 무서워한다. 권위적이고 강압적이다. 백성들은 무서운 리더가 시켜서 억지로 한다.


 '경멸 대상의 리더십'

가장 하수는 백성이 리더의 존재를 알며 그 리더를 무시하는 리더십이다. 인간성이 안 좋은 리더, 일을 못하는 리더, 가신들에 휩싸여 힘이 없는 리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백성들은 그런 리더를 무시한다. 허수아비형 리더가 시키면 백성들은 듣는 척하고 무시한다.

 

앞에서 끌거나 명령하는 리더

존경하는 리더십에서 백성은 주체가 아니라 추종자다. 두려워하는 리더십에서 백성은 명령을 따라야 할 피지배층이다. 백성의 자발성을 믿지 않고 명령으로 지시한다.

 

백성의 자발성에 맡기는 무위의 리더

도는 말없이 우주를 운영하므로 묵언이 자연의 언어다(23장). 극상의 리더도 말로 명령하지 않고 경청하며, 무위로 행하여 구성원을 간섭하지 않는다. 백성의 자발성에 맡기고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린다. 왕이 하는 일이 없어 여유롭고 한가롭다. 말도 많이 할 필요 없다. 단지 공을 이루면 그 공을 자기 것이라고 내세우지 않고 가만히 있을 뿐이다. 백성은 스스로 했다고 생각해 동기를 불러일으킨다.

 

무위의 리더가 공을 자랑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무엇이 공인지 불분명하다. 한 편에게 공을 세운 것이지만 다른 편에서는 해악일 수 있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 공이 아닐 수 있다. ② 겸양이 자연의 이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표현이다. 하늘과 땅은 만물을 낳고 키우지만 공을 자랑하지 않는다. 자랑하면 미움받는다. ③ 리더가 이룬 공은 세상에 빚지고 있기 때문에 리더만의 공이 아니다. ④ 리더는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열심히 일할 의무가 있다. 의무를 완수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떠들썩하게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다.

 

무위의 리더십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 잘 맞는다. 리더 혼자 전문화된 업무와 분산된 정보를 다 하거나 파악하기 어렵다. 여러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모여야 효과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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