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 공생 2

by 누룽지조아

시간이 많이 흘러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신혼여행을 말레이시아 북부에 위치한 코타키나발루로 갔다. 그곳의 가까운 섬으로 가 스노클링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우리 부부도 참여했다. 물안경과 숨 쉬는 빨대가 붙어 있는 스노클을 쓴 후 오리발을 신고 물속에 들어갔다. 그날은 맑아 에메랄드 빛 바다 위로 띄엄 띄엄 구름 낀 푸른색 하늘이 펼쳐졌다. 붉은색, 노란색 등의 형형색색의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산호초, 물고기와 거북 등이 헤엄쳐 지나다녔다. 신기하고 즐거운 한때였다.


나중에 산호와 갈충조는 공생관계라는 사실을 알았다. 산호는 갈충조라는 해조류 플랑크톤을 산 채로 삼킨다. 산호는 원래 밝은 흰색 또는 하늘색 등을 띄나 삼킨 갈충조의 색깔에 따라 밝은 색깔로 바뀐다. 갈충조는 산호에게 광합성으로 만든 영양분을 제공하고, 산호는 갈충조에게 생활 터전을 제공한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 갈충조가 죽으면 산호에서 빠져나가고, 영향을 공급받지 못하는 산호도 죽어 하얗게 변한다.


‘공생하면 오래간다.’ 산호는 갈충조와 서로 공생하며 산다. 갈충조가 없는 산호는 먹이가 풍부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오래 살 수 없다. 내 이익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남도 이익을 얻어야 한다. 공생은 파이를 키움으로써 사익을 저절로 얻는 방법이다. 조직이 잘되어야 나도 좋고 남도 좋다. 변화하는 환경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조직이 잘될 수 있다. 조직에 성심을 다하고 조직원의 아픔을 같이한다. 한 쪽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 신뢰할 수 없어 공생관계는 깨지고 불편한 관계가 되며 서로 이해충돌로 대립한다.


‘공생 조건의 핵심 키워드는 남에게 주는 것이다.’ 남에게 주는 경우 주변과 관계가 좋아진다. 특히 상대의 장점을 알아봐 주고, 성장에 도움을 주면 받은 사람은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주는 게 보상일 경우 단기적으로, 성장일 경우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줄 때 유념할 점이 있다. 내가 받고 싶은 대로 남에게도 준다.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 소중한 것을 준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을 주면 감흥이 없고, 필요 없는 물건을 주면 주고도 욕먹는다. 또한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준다. 기대하고 주었는데 대가가 돌아오지 않으면 미움이 쌓인다.


받고도 안 주는 사람, 받고 주는 사람, 주고서 받는 사람, 주고 잊는 사람 순으로 사람의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배우자에게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는 사람은 상대와 공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상대에 기대고 있어 독립되고 성숙한 개체가 아니다.


‘남에게 주면 내가 건강해진다.’ 캐나다의 브리티쉬 콜롬비아 대학에서 4만 원을 주고 자기를 위해 쓴 집단과 남에게 쓴 집단을 비교 분석했다. 자기를 위해 돈을 쓴 집단은 혈압 변화가 없었으나, 남을 위해 돈을 쓴 집단은 혈압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쓸 때와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남에게 주면 희생이 아니라 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나 우울증이 줄어든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줄 필요는 없다.’ 호의를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거나 까맣게 잊어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호구가 된 것 같고 기분이 상한다. 나를 이용하거나 내 권리를 빼앗는 사람에게도 마냥 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에게나 남에게 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주거나 상대가 도둑질하는 데 망봐 줄 필요는 없다. 자리(自利)가 없는 이타(利他)나 이타(利他)가 없는 자리(自利)는 오래갈 수 없다. 나도 은혜를 준 남을 잊고 사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남에게 주면 꼭 받은 사람에게서 보답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어미새는 아기새에게 여러 가지를 해준다. 그 은혜를 받은 아기새가 어미새가 되어 자기 아기새에게 먹이를 먹인다. 어찌 보면 내가 주는 것을 남이 가져가는 게가 아니라, 내가 남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는 행위일 수도 있다. 원래 내 것 아닌 것을 많이 가져간 자가 있으므로 부족한 사람이 생긴다. 많이 버는 기업이 있다면 싸게 살 기회를 잃은 소비자가 있다는 말이다. 많이 벌어 많이 가진 기업은 소비자에게 빚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많이 가진 자가 주는 행위는 빚진 자에게 돌려주는 행위일 수 있다.


남에게 주는 사람은 쓸데없는 일을 하고,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 되어 먼 길을 가장 빠르게 간다. 남에게 주는 사람이 공동체를 이끄는 사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제28 공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