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heera Aug 25. 2019

16 : 수리수리 마수리

연애 에세이 :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다.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16 : 수리수리 마수리      

연애 에세이 :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다.

    


 두 남녀가 서 있다. 눈 앞에 펼쳐진 바다는 평온하다. 유유히 떠가는 배와 하늘의 갈매기, 해변을 따라 보이는 저 끝의 숲 자락. 표정을 알 수 없는 남녀의 뒷모습. 어쩐지 슬퍼 보인다. 감길 듯 눈부신 바다 빛. 잠잠한 바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날의 구름. 모든 전경에서 아련함. 아픔. 미움의 조각들이 밀려온다.   


 미술 심리를 공부하며 가장 득이 된 것은 그림 보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어떤 작품을 보더라도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었고, 나만의 느낌으로 해석해낼 수 있게 되었다. 많은 그림을 보다 보니 생긴 표현력과 통찰력. 공부하길 잘했다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찾아와 주는 개인 내담자들이 하나, 둘 많아지기 시작했다. 임시 공간으로는 부족해서 새로운 공간을 얻게 되었다. 옮긴지 얼마 안되 궁금한 그가 놀러 왔다. 간단히 구경을 마친 그는 어디 한번 그려볼까? 하는 심정으로 책상 위에 있던 도화지와 연필을 집어 들었다. 망설일 것도 없이 쓱쓱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도화지 위로 먹먹함이 툭 하고 퍼졌다. 그림은 푸르른데 보는 내 마음은 아렸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완성된 그림 속의 남녀는 그와 나였다. 둘이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순간 생각난 대로, 손이 가는 대로 그렸기에 그의 마음이 그대로 묻어났다.      


 “오빠, 혹시 미워하는 사람 있어?”     


 미움이 보였다. 아픔도 보였다. 사람이, 사람이 미운 듯했다. 그동안 힘든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서 혹시나 했다. 어쩌면 지난날의, 지난 사람의 상처일 수도. ‘사람 때문에 아팠던 적 있어?’란 물음보다 미워하는 사람 있냐는 추측의 물음이 적당할 것 같았다. 그는 당황하며, 머뭇머뭇하다 말했다. 회사에 좋아하지 않는 후배 동료가 있다며 여자 후배인데 한번은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준 적이 있었다고, 그 이유인지 후배가 그의 뒷담화를 하고 다녔다고 한다.      


 ‘이런, 썩을’     


 내뱉었다. 속으로만. 이게 여자친구의 진짜 마음이지만, 험한 말을 잘 안 하기도 하고 그의 앞에서 벌써 그럴 수는 없어 그냥 담담하게 받아주었다. 실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다음번엔 내 얼굴을 그려주었는데, 그 그림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드러났다. 이후로 그를 만나면서 차근하게 느꼈다.    

 

 ‘아팠구나. 오빠도 많이 아팠었구나.’     


 그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나타내주는 그림. 내가 그림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속내를 말하지 않아도 표현할 수 있으니까. 날것이 아닌 은은함이니까. 내 물음에 신기해하며 답했던 그. 다시는 내 앞에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습니다. 지금 나의 옆에 있는 그를 또는 가족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이해해줄 수 있는 마음으로 바라봐주면 어떨까요 ?




일러스트 @jeheera.illust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출간된 에세이 책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랑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토대로 자아와 인생의 성찰을 보여주는 인문학적인 사랑에세이

 서평 보기

               

작가의 이전글 15 : 색칠 공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