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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eera Aug 25. 2019

17 : 오류 발생

연애 에세이 : 연락에도 배려가 있어야 한다.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17. 오류 발생         

연애 에세이 : 연락에도 배려가 있어야 한다.

      


 어느 길가 위, 쓰레기통 옆의 우체통을 바라보며 여자가 하는 말. ‘사람 마음이 전달되는 우체통인데 쓰레기통 옆에 있는 것이 안쓰러워’ 그 옆에 남자가 하는 말. ‘편지만 전달하면 되지 쓰레기통 옆에 있는 거와 무슨 상관이야?’ 여자와 남자의 감정 온도. 어떤 뇌구조를 가지고 있길래 이리 다를까?     


 만남이 시작되고 서로가 떨어져 있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들. 그놈의 카톡 ‘1’ 때문에 싸웠다. 문자를 보냈다. 봤다. 1시간이 지났다. 근데 답변이 없다. 왜? 카톡의 장점 중 단점이 1이다. 문자를 보내면 자동으로 문자 앞에 1이 생기고, 1이 사라지면 본 거라는 표시. 봤는지 안 봤는지 너무 확실하게 알 수 있어 오해를 사기 쉽다. 그래서 나도 본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답변이 없어 어이가 없었다. 화를 잘 안 내는지라 화가 났다기보다 어이가 없었다. 그가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대화하다 끝맺는 문자도 아니었고, 대화 중이었는데. 그냥 두려다 2시간 후, 왜 답변이 없냐는 문자를 하나 보낸다. 바로 오는 답변. 못 봤단다.      


 그래, 못 봤을 수도 있지. 그런데 다음에 또 그런다. 아니 어떻게 하면 또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에 따져봤다. 1이라는 숫자가 없어진다는 명백한 사실이 눈에 보이는데, 또 못 봤다고 한다. 뭔가 하느라 답변을 못 한 것이 아니라 ‘못 봤다’고 하니, 황당했다. 그는 아날로그 시대 때는 어떻게 살았냐며 따진다. 아니,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날로그를 따지나. 컴퓨터 그래픽 작업 하시는 분께서 시대의 흐름을 못 읽으시는 것도 아니고. 못 봤는데 어떻게 하냐고 한다. 나는 ‘못 봤다’는 사실이 싫은 것이 아니라, 이유를 알고 싶은 것이었다. 그렇게 되는 원인을.     


 이따위 문자 때문에 따진 것이 아니다. 못 보고 안 보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 속에는 배려의 문제가 들어있기 때문에 따졌다. 상대편 입장에서는 봤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답변이 올 거라는 기대가 있다. 답변이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답변이 올 거라는 사실을 인지 하고 있는 것이다. 얼굴 맞대고 하는 대화에서도 갑자기 딴청을 피우면 미안해지는 법인데 얼굴 없는 대화에서는 더욱 곤란하다. 천리안처럼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도 아니고 cctv를 그의 등 뒤에 달아 놓은 것도 아니니 나는 그의 행동을 알지 못한다. 서로 떨어져 있는 간격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없애려면 작은 것도 신경 써줘야 하는 것이 연애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아직 알아가는 관계라면 더욱 그렇다. 아무런 이유를 알려주지 않고, 원인을 찾아보지도 않고 못 봤다고만 하면 오류는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알고 보니 그는 나와의 카톡 화면을 아예 열어놓고 보기도 하고 화면을 끄지 않고 둘 때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간혹가다 못 봤는데 본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었다. 그럴 수 있다는 상황이 이해되자 나는 같은 상황이 생기면 못 봤나보다 하고 넘어갔다. 아무렇지 않았다.     


 그는 원인을 생각해보고 말해준 다음, 이렇게 말했다.

 “너도 여자구나.”

 거참, 기분 나쁘다.    

 

 ‘그래 나도 여자다! 내가 그럼 남자니?’              





  연애를 하는 사이, 서로 떨어져 있는 간격에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와 급격하게 그리고 깊게 맺어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죠. 만약 연인이 연락적인 문제로 짜증내는 일이 많다면 내가 배려가 없었던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출간된 에세이 책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랑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토대로 자아와 인생의 성찰을 보여주는 인문학적인 사랑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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