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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eera Aug 27. 2019

20 : 답이 없는 =

연애 에세이 :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20 : 답이 없는 =         

연애 에세이 :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끔찍했다. 온몸이 얼어붙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멈추었다. 그냥 서 있었다. 내가 뭘 해야 하지. 무엇을 말해줘야 하지. 변명해야 하는 건가. 설명해야 하는 건가.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움에 소름이 끼쳤다.     


 “지금 미쳤다고 생각하지?”     


 맞다. 미쳤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니’하고 답했다. 진정시켜야 할 것 같아서. ‘어’라고 하면 그의 자괴감만 커질 것 같았다. 서로 잠시 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소리 없이 서 있었다. 그는 바닥으로 내리쳐 산산조각이 난 핸드폰을 집어 들었고, 타버린 분노의 잔 여감을 흘리며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모습에 나도 잠시 서성이다 정지된 생각을 놓아두고 따라 들어갔다.     


 그의 집 근처 치킨집에서 차가운 맥주와 따뜻한 치킨을 앞에 두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대화하고 있었다. 대화의 주제는 죽음이었다. 그는 죽음이 두렵다며 삶의 영속성에 대해 말했다. 그 영속성을 자식을 통해 얻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인간은 어차피 죽잖아.”     


 그의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죽음이 두렵다는 말은 이해하지 못했다. 지구상의 생물은 언젠가 죽어야 하는 운명이니 뭐가 두렵냐고 했다.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두려운 이유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지만, 만약 오늘 죽는다면 자신이 소멸할 것이고 이 세상에 남지 못하니 그렇다고 했다. 나는 그의 속 깊은 생각을 이해하고 싶어 계속 질문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그 마음 몰라주는 내가 미웠는지 점점 그의 몸 안에서 열꽃이 자랐다.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꽃을 피운 열꽃. 치킨 가게를 나와 거리를 걸으며 언쟁했다. 자신을 왜 설득하려 하냐며, 그냥 두려움을 말해주고 싶었던 거라고 했다. 이해하고 싶어 물었던 나의 질문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전달되어 버렸다. 그는 분노했다. 죽음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이 엇갈렸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지도 언 20년이 더 지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이후, 그저 눈 뜬 아침마다 나의 존재를 확인 할 수 있어 살아왔고, 가끔 죽음을 떠올리며 나를 비추어보았다. 나 자신을 소중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탓인지도 모른다. 그때는 지금 당장 죽어도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죽어야 겠다는 결심을 해봤던 것은 아니지만 ‘죽으면 어떨까’라는 의문을 품어왔었다. 아팠던 마음은 치유되면서 점차 후회없는 삶을 살자는 동기로 변화되었지만, 품었던 의문은 무의식 속에 잔잔히 자리잡혀 온 것 같다. 그래서 일까. 나로서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죽음이라는 순간을 맞이한다면 무서움에 사로잡히겠지만 죽는다는 사실에 떨지는 않을 것이다.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 이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한다. 인간의 몸은 소멸하겠지만, 좋던, 나쁘던 나로 인해 타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다시 타인들에 의해 꽃씨처럼 흩날려 어느 곳엔가 자리 잡을 것이므로. 나를 기억하지 못함에 슬퍼할 일이 아니며, 모든 인간 속에 나 또한 같은 사람으로서 존재했다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뿐이라 생각한다.  

    

 두려워한다는 그의 마음이 두렵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랬던 걸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니 굳이 그에게 전달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저, 그렇구나. 아, 그렇구나. 하고 받아 주면 그만일 것을 이 진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보겠다고 욕심을 부렸다. 주제가 무거웠던 만큼 진중했던. 이해하지 못할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니 나의 주장만을 펼친 것으로 오역되어버린. 분노의 잔여감과 정지된 사고는 남겨진 거리에 물들어 안타까움으로 번져갔겠지. 안타까움. 친구의 마음도 공감해주는 내가 그의 마음을 공감해주지 못했던 건 이해의 정도를 넘어서 거리의 문제 아니었을까.


 나와 그의 마음이 같기를 바라는 어리석은 마음으로.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한다면,
연인과의 싸움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과연, 상대의 탓이었을까요 ?
서로의 의견이 충돌 될 때에는 내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거나, 내가 옳다라고 생각하거나, 나의 이기적인 마음과 같은 다양한 이유 때문입니다.
다시한번 생각해보세요.

모든 근본적인 원인과 결과는 나로부터 나옵니다.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출간된 에세이 책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랑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토대로 자아와 인생의 성찰을 보여주는 인문학적인 사랑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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