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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호 Nov 07. 2023

왜 나는 로또에 당첨이 안될까?

  우리는 살면서 우리가 알고있는 상식이나 과학이론 등에 의해서도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들을 많이 마주하곤 한다. 그런 미지를 접했을때 우리는 신을 찾기도 하고 미지를 탐구해서 알아가기도 하며 때로는 운의 탓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길을 걷다 운석에 맞아 다쳤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누군가는 신이 자신에게 벌을 내린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천문 관측을 통해 운석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왜 그 시간 그 장소에 운석이 있었는지를 알아내려 할수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저 운이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세상은 아직도 우리의 생각보다 운으로밖에 표현이 안되는 미지의 영역들이 넘쳐난다. 과학이나 수학과 같은 학문적인 부분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서도 그런 상황을 많이 만난다. 어떤 집안에 태어났는지부터 어떤 인간관계를 맺고 어떤 성장 과정을 거치며 어떻게 배우는지 등 대부분의 상황이 우리의 노력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거의 본능 레벨에서 '세상에는 자기 자신만의 노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세상에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듯, 사람마다 운이라는 것을 대하는 태도는 모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다르다. 그리고 이는 생각보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까지도 E스포츠 시장에서 꽤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줄여서 롤이라고 부르는 게임이다. 롤이 지금까지 이렇게 흥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에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그런데 그 중에서 참 재밌는 분석이 하나 있는데, 바로 운에 의해 좌우되는 요소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한때 오락실을 풍미했던 게임중에 철권이라는 게임이 있다. 두 사람이서 각자 캐릭터를 하나 골라, 고른 캐릭터를 조종해서 상대 캐릭터를 쓰러뜨리는 대전액션게임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예전부터 이 게임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거론되는것이 바로 신규 유저의 유입이다. 이 게임은 철저하게 실력위주의 게임이고 운이라는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매우 적다. 기껏해야 맵에 존재하는 지형물 정도가 운을 좌우하는데, 그 영향도는 극히 미미하다. 그러다보니 신규 유저가 새로 들어온다 한들 기존 유저에게 두들겨 맞고 연달아 지기 일쑤다. 운으로라도 나보다 실력자를 이기는 그런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맨날 지기만 하는 신규 유저는 게임을 접기 마련이고 그때문에 하던 사람들만 계속하는 '고인물판'이 벌어지게 된다. 어떻게 되면 이 게임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프로게이머 '무릎'이 계속해서 자리를 지킬 수 있는것도 운에 의해 좌우될 요소가 적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본명은 배재민으로, 벌써 16년째 왕좌에 군림 중이다.


  그런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롤은 생각보다 운에 의해 많이 좌우 되도록 설계되어있다. 맵의 구조와 맵 안의 몬스터들의 배치는 늘 고정적이기 때문에 이는 그다지 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게임진행 자체는 운에 따라 좌우되도록 설계되어있지는 않다. 대신에 다른곳에서 운이 좋아야만 게임에 이길수 있도록 설계 되어있는데, 바로 팀 구성이다.

 롤에는 다양한 게임 모드가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모드는 바로 5:5 대전 모드다. 우리팀 5명과 상대팀 5명이 맞붙어서 상대를 쓰러뜨리고 상대팀의 핵심 건물인 넥서스를 부수면 이길 수 있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내가 잘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4명의 팀원도 잘 해주어야한다. 따라서 이 4명을 잘 만나는 운이 필요하다. 심지어 운이 너무 좋아서 나보다 실력이 좋은 팀원들을 만났다면, 내가 실력이 좀 모자라더라도 꽤나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신규 유저들은 바로 그 순간부터 게임에 빠져든다. 자신의 실력이 모자라서 4~5번 지더라도 저렇게 한 번 이길 수 있을때가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도박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보상이 랜덤하게 주어질때 뇌는 더 많은 도파민을 분비하고 그렇게 되면 중독에 빠지기 마련이니까.

   반대로 팀원을 잘못만나는 운을 겪었다면, 당연히 패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경우에도 신규 유저들은 생각보다는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번에 진것은 '내가 못해서가 아니라 팀원을 잘못 만났기 때문'이니까. 


그게 저는 아니겠죠…?


  이처럼 롤은 실제 게임 내에서가 아니라 게임을 준비하는 매칭과정에서 운의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걸 의도하고 디자인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작용하게 되었고, 이로인해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위치까지 올라왔다.

  이를 좀더 현실로 확장해보자면, 삶에서 어떠한 난관이나 고난을 만나, 이를 극복하지 못해 꺾이거나 좌절했을때,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시 나아갈 힘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운을 대한다면 아마 어떤 난관을 만나더라도 곧 훌훌 털어내고 다시 일어나서 역경을 넘어갈 수 있을것이다. 

  정신과 의사 이근후 님은 그런 마음가짐을 이렇게 표현했다.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저 말에 반쯤은 동의하지만 나머지 반쯤은 동의할 수가 없다.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는 인생이라니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물론 우연으로 인해 새로운 만남이나 새로운 사건들을 만나고 인생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노력했음에도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좌절하거나 포기해야한다면 그건 너무나 서글픈 일이다. 주변의 좋은 사람들은 나에게 '너는 최선을 다한것이고 이번에는 운이 없었을 뿐'이라며 괜찮다고 위로해주지만 그 위로가 귀에 제대로 들려오지 않을때도 많다. 더이상 할수 없을 만큼 노력했으면 그에 따른 결과가 따라주어야 하는데, 정작 나는 운이 없어서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고, 다른 사람은 운이 따라주어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이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라는 너무 당연한 이치를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린 아이같은 마음이라고 비웃음을 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노력하는 자에게 그만큼의 결과를 안겨주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세상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에 더더욱. 

  거기에 더해 만약 결과가 노력한대로 도출되는 것이고, 내 노력이 부족해서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 오히려 깔끔하게 포기를 하든, 아니면 심기일전하고 다시 도전을 하든 결정을 내리기 쉬울텐데, 노력을 다했지만 운이 안따라준 상황일때는 결정을 내리기도 너무 어렵다. 그러니 더더욱 노력한 대로 결과가 나오는 세상이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사람들이 게임에 빠지게 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막막한 현실의 도피일 수도 있고, 즉각적인 보상 때문일수도 있다. 그리고 게임은 내가 시간을 들이면 들인만큼 성장을 보장한다는 것도 한몫 한다고 본다. 물론 게임도 아이템 드롭률 같은 운의 요소가 들어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시간과 노력으로 커버가 가능한 영역이니까. (요새 넘쳐나는 가챠형, 확률형 게임들은 애초에 게임이라고 보지 않기때문에 언급할 가치가 없다.) 바로 노력으로 운이 커버되는 바로 그런 세상이기에 사람들이 매력을 더 느끼지 않나 싶다.


시간이라도 들이면 레벨이 올라는 간다.


  요즘들어 나는 되는일이 잘 없다. 인간 관계나 연애도 그렇고, 회사 생활이나 그 외 여러가지 것들이 그렇다. 공모전에 응모해도, 이직을 위해 서류를 들이밀어도, 이성에게 구애를 해도, 회사이벤트에 참여해도, 복권을 사도 모조리 떨어지거나 꽝을 맞았다. 주변의 좋은사람들은 여전히 나에게 넌 잘하고 있고 그저 운이 없을뿐이며, 살다보면 그런 시기가 있곤하다고 위로를 해준다. 하지만 그렇다곤쳐도 해도해도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운이없다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최소한 건강에서만큼은 운이 나쁘면 안되니까 운동이라도 열심히 하면서 지내고는 있지만, '어차피 되는게 없는데, 뭘 위해서?'라는 생각에 맥이 탁 풀려버리기도 한다. 그래서인가 이제는 운에 좌우되는 이 세상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하다. 

  세상은 운칠기삼이라는데, 적어도 저 칠의 운은 노력을 모두 다한 사람에게 오길 바라는 요즘이다.


세상아, 그래도 아니라고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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