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는 백수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점을 먹는다. 부담스럽다, 집에 있기가. 오늘도 현관문을 나서지만 마땅히 갈 곳도 없다. 결국 시립도서관에 가서 하릴없는 시간을 보낸다.
지난 연말부터 줄기차게 원서내고 면접보고 다녔다. 며칠 전에는 컴활 자격시험 보고 나서 더 할 일이 없어졌다. 도서관에 딱히 갈 재미가 없어졌다. 오늘은 지하철 타고 가보자. 생활의 달인에 소개된 맛집을 찾아보자. 느닺없이 떠오른 생각이다.
소설책 한 권을 가방에 넣고 일단 집을 나섰다. 무작정 지하철역으로 갔다. 평택역에 내려 볶음밥을 잘한다는 집을 찾아가 볼 요량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한 시간 삼십 분 동안 전철에서 소설에 빠져 딴 세상을 훑고 다닌 데다 창 밖에 날리는 눈발이 부추기는 상념에 젖어들었다가 종점까지 갈 뻔했다. 천안이 종점이던가, 하여튼 그랬다.
눈발을 헤치며 평택역에서 보행자 없는 길을 삽십 분간 걸었다. 비교적 기름기 없고 밥알이 까슬까슬 돋아있는 볶음밥에는 달걀프라이가 덮였고 옆에 짜장이 부어져 있다. TV프로그램의 나이 든 중식 셰프들은 왜 그랬을까?맛있다고 엄지 척하고 호들갑을 떨어댄 이유가 도대체 뭘까?
줄어들었지만 아직 흩날리는 눈발이 아니었으면 나도 모르게 욕할 뻔했다. 결국 길가 리어카에서 파는 붕어빵 세 개를 먹고 나서 입가심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에서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죽었다와 같다. 그런 느낌이었다.
아직까지 집은 비었다. 이유 없이 피곤하다. 오늘 쓴 돈을 계산했다. 백수가 된 후로 생긴 본능적 습관이다. 한 푼도 쓰지 않은 날보다 자괴감이 심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기를 꿈꾸었지만 백수를 견디기가 쉽지는 않다. 맛있던 것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