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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호 Feb 06. 2023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건 불가능?

  최근 몇 년, 혹은 십몇 년간 다양한 형태의 라이프 스타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 한때를 즐기며 살자는 YOLO(You Only live Once)족이라던가 빠르게 돈을 벌고 은퇴하는 파이어(Fire)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과는 좀 결이 다르지만 살면서 최소한의 것들만 갖추고 나머지는 비우고 사는 미니멀리즘 라이프 스타일이 있다. 그리고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바로 미니멀리스트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장기적인 불황이 이어졌었다. 이에 따라 소비 수준이 낮아지고 소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늘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스마트폰이 대부분의 물건들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1인 가구들도 점차 늘어만 갔다. 그러다 보니 2012년경부터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책들이 번역되어 출간되기 시작했고, 유명인들도 스스로를 미니멀리스트라고 칭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열품이 불기 시작했다.


  이 미니멀 라이프는 사실 단편적으로 보면 그저 물건을 줄이고 꼭 필요한 물건만 사면 되는, 꽤나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꽤나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니멀 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가진 것들 중에 꼭 필요한 것만 빼고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 중에 유독 물건을 잘 못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에게는 이 부분부터가 꽤나 큰 난관이다. 버리는 게 뭐 어렵냐는 의견도 있겠지만, 사실 이런 물건들을 잘 못 버리는 데에는 경제적인 이유보다 심리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가만히 보면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이다. 일단 물건을 일단 버리기 위해서는 나중에 필요해지면 다시 사면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된다. 그런데 설령 내가 지금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가 많다고 하더라도 어릴 적에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살아왔다면 이미 삶의 형태가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것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 이상 돈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나는 평소 많은 것들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 책을 사모으는 것을 좋아하고 피규어나 블루레이 디스크, 만화책, 그리고 갖가지 예쁜 잡동사니들을 모으곤 한다. 어찌 보면 미니멀 리스트의 반대인 맥시멀 리스트인 셈이다. 하지만 종종 나도 이런 것들이 부질없다고 느낄 때마다 최대한 필요 없는 물건들을 정리해서 버리려고 노력하곤 한다. 그럴 땐 취미로 모으는 것들 일지라도 과감하게 버리려고 하는 편이다. 보통은 이런 노력이 실패로 끝나지만 가끔은 꽤나 성공적으로 물건들을 잘 버릴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매우 뿌듯하기는 하지만, 역시나 본성은 어디 가질 않는지 곧 다시 물건들을 모으고 싶어서 안달이 나기 시작하며 때로는 물건들을 버린 것을 크게 후회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일부러라도 스스로를 꽤나 다그치곤 한다. 지금 내가 탐내는 물건은 결국에는 아무 효용도 없는 쓸모없는 물건이라며 말이다. 그러다 보면 이내 곧 서글퍼지기도 한다. 나도 결국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과 그로 인해 굳어진 생활 패턴으로 인해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는 사실에서다.


  요즘에는 자동차 같이, 지금의 나에게 정말 필요가 없는 물건임에도 갖지를 못해 안달이 날 때가 있다. 그냥 안달이 나기만 하면 다행인데, 주변에 차를 가진 사람들을 보며 꽤나 많은 열등감을 느끼곤 한다. 나와 비슷한 줄 알았는데 좋은 외제차들을 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역시 나만 힘들구나', '나만 아등바등 애쓰는구나', '나처럼 태생적으로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은 가난을 못 벗어나나?', '나름대로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지금 이게 뭐지?' 하면서 괴로워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이런 열등감이 가끔은 엉뚱한 방향으로 폭발해서 꽤나 안 좋은 사건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사건이 터지면 뒷수습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에 요즘에는 최대한 열등감을 느끼는 것을 자제하려 노력 중이다. 주변에서도 나에게 굳이 필요한 거 아닌데 왜 그리 신경을 쓰냐며 위로를 해주는 덕분에 아직까지는 잘 자제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나는 열등감을 동력원으로 삼아서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저런 쓸데없는 열등감으로 인해 스스로를 계속 힘들게 하고, 나를 발전시킨 열등감이 오히려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열등감을 느낄 시간에 책이라도 하나 더 보고 노래라도 하나 더 들으면서 마음의 평온을 얻거나 그들처럼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더 보람찰 것 같다. 이제라도 좀 나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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