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순동 Apr 10. 2023

새섬과 새연교

신생대 수중 생태계를 간직한 서귀포층

샛기정 공원 산책길을 따라 연외천 절벽 위를 걷는다. 공원 끝 무렵에서 서귀포 최초의 대중문화 시설로 영화도 상영했던 '읍민관터'를 만난다. 읍민관은 폐쇄되어 건물은 창고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그 터에 산책로와 농구 코트가 조성되어 있다.​

서귀포 최초의 대중문화 시설이었던 '읍민관터', 지금은 그 터에 산책로와 농구 코트가 있다.

옛 읍민관터 부근 남쪽 절벽을 '샛기정'이라 부른다. 그 밑의 용천수가 나오는 '생수개'로 옛 서귀마을 여인들이 물허벅을 지고 물을 길어 나르던 샛길을 '샛기정길'이라 한다.

'생수개'로 옛 서귀마을 여인들이 물허벅을 지고 물을 길어나르던 '샛기정길'이 절벽 숲속에 있었다.

'기정'은 절벽을 나타내는 제주어다. 처음 서귀포로 시집온 사람은 이 길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생수개로 뚫려있는 샛길이 너무 험하여 물을 길으러 갔던 많은 새댁들이 지고 올라오던 허벅을 깨뜨렸다고 한다. 물허벅을 깨지 않고 샛기정을 올라오면 '이 사람은 천상 서귀포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배가 들어왔는지 확인하던 뱃머리동산


서귀포 항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길로 내려간다. 뱃머리를 내려다보는 경치가 일품인 곳이다. 예전에는 어부나 그의 아낙네들이 자기 배가 들어왔는지 여기에 서서 지켜보던 곳이다. 지금도 이 동산에서 서귀포 서부두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멀리 새연교도 보인다.

배가 들어왔는지 확인하던 뱃머리 동산

뱃머리로 내려가는 길의 높은 축대에 제주어를 소개하는 글귀를 걸어 놓았다. 제주의 내음이 물씬 나는 토속어들이다. 뱃머리동산에서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제주 여인들이 이웃과 정담을 나누는 광경을 떠올리게 한다.

뱃머리 내려가는 길

폭삭 속아수다. (무척 수고하셨습니다.)

빙삭이 웃으난 잘도 좋다.(빙그레 웃으니 정말 좋다.)

이 질로 구짝 갑써. (이 길로 곧장 가세요.)


고봉수 님의 조각, '영원한 항해'가 서부두 방파제 들머리에서 길을 안내한다.

<영원한 항해> 고봉수 작

칠십리교를 건넌다.


연외천과 천지연폭포 인근 지역은 '제주 천지연 난대림 지대'(국가지정 문화재 천연기념물 제379호)로 지정되어 보호·관리되고 있다. 또 연외천은 '제주 무태장어 서식지'(천연기념물 제27호)이며, 원앙(천연기념물 제327호) 서식지이기도 하다.

제주 천지연 난대림 지대, 제주 무태장어 서식지, 원앙 서식지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


서귀포를 몇 차례 방문하면서도 새연교를 건널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마 이름난 관광지라는 선입견 때문이리라. 서귀포 유채꽃 국제 걷기 대회 코스에 포함되어 있어 찾게 되었다. 역시 관광객이 많다. 하지만 새연교 입구에 있는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를 눈여겨보는 이는 많지 않다.


​서귀포 패류화석층은 해안절벽을 따라 약 40m 두께로 나타난다. 현무암질 화산재 지층과 바다에서 쌓인 퇴적암 지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기후 및 해수면 변동을 가리키는 고생물학적, 퇴적학적 자연의 신비를 잘 간직하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195호)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서귀포층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자.


약 180만 년 전 제주도 일대는 얕은 바다였다. 지하에서 상승한 마그마가 물과 만나 격렬하게 반응한다. 이 수성화산 활동으로 화구 주변에 화산분출물이 쌓이면서 곳곳에 수성화산체들이 생겨난다.

절벽 정상부의 조면안산암과 그 아래로 서귀포층이 잘 드러나 있다.

이 화산체들은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파도에 의해 침식되어 화산쇄설물과 함께 쌓이기를 반복하면서 약 100m 두께의 서귀포층이 생성된다. 계속된 화산활동으로 용암이 그 위를 덮으면서 서귀포층은 지하에 자리 잡는다. 이곳은 지하에 넓게 깔려 있던 서귀포층의 일부가 솟아올라 있다. 서귀포층은 땅 위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출처 : 현지 안내문

서귀포층의 암석

서귀포 해안에 노출되어 있는 서귀포층은 40만 년 전에 분출한 용암에 의해 덮어씌워졌다. 서귀포층은 주로 현무암질 화산 쇄설암으로 구성되어 있고, 일부 비 화산 쇄설성 퇴적층이 상대적으로 좁게 분포하고 있다.

서귀포층의 암석은 현무암질 화산 쇄설암과 비 화산 쇄설성 퇴적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귀포층의 다양한 화석​

서귀포층 내부의 다양한 화석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따뜻하고 얕은 바다에서 살던 조개류, 산호, 성게, 백상아리 이빨 등의 화석과 차가운 바다에 살던 생물의 화석이 함께 퇴적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신생대 제4기 초의 퇴적층이다. 서귀포층은 동아시아 일대의 해수면 변동과 기후의 변화 등 고해양 환경을 추측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서귀포층의 다양한 화석

서귀포층의 가치

제주도 지하를 흐르는 물은 지층의 틈새를 통해 곳곳에서 샘처럼 솟아오른다. 이를 용천수라 한다. 주로 해안가에 많이 분포한다. 자연히 옛 제주 사람들은 용천수가 많이 분포한 해안가에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서귀포에 큰 마을이 형성된 데는 서귀포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귀포층은 지하수가 더 깊은 곳으로 스며들지 못하게 막아준다. 서귀포 지역에 물 자원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서귀포층은 물 자원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출처 : 현지 안내문

박물관이나 화보에서 보던 화석과 지층을 눈앞에서 바로 볼 수 있어 희열감에 들뜬다. 출입을 금지하지 않고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곳이다. 장차 훼손이나 망실을 우려하여 펜스를 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 모두 문화재를 보호하여 오래도록 자연학습장으로 개방되길 기대하면서 새섬으로 발길을 옮긴다.

퇴적층을 잘 드러낸 암석이 눈앞에 있다.


새섬


새섬 방파제에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따온 소라를 정리하고 있다. 방파제 끝과 새섬 사이를 '새섬목'이라 부른다. ‘목’은 입구의 제주어이다. 범섬 쪽으로 항해하는 작은 배들이 즐겨 다녔던 목이다. 물이 빠지면 이 목을 통해 걸어서 새섬으로 건널 수 있다.

새섬 방파제의 해녀들

새섬목 위로 제주 전통의 테우를 형상화하여 서귀포항과 새섬을 잇는 다리를 놓았다. 2009년에 건설한 길이 169 m, 폭 4 ~ 7m의 사장교다.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다리'라는 의미로 '새연교'라 한다. 해가 지면 조명을 밝힌다. 밤 11시 30분까지 볼 수 있다.

새연교

서귀포항을 천혜의 양항이자 미항으로 만든 새섬으로 건너간다. 새섬(草島)은 해발 17.7 m, 104,581㎡ 넓이의 무인도로 초가지붕을 잇는 새(草, 띠)가 많아서 새섬이다. 조선 중엽부터 개간하여 농사를 지었으며 1960년대 중반까지는 사람이 거주하였다고 한다. ​

새섬과 새연교

새연교를 건너면 '담머리코지'를 먼저 만난다.

‘새섬목’ 바로 서쪽 바위이다. 돌담처럼 암벽으로 형성된 곶(코지)이라 불린 이름이다. 방파제 역할도 한다. 몰아치는 폭풍에 맞서 파도치는 모습이 일품인 곳이다.

담머리코지

섬 내에 해송, 동백나무, 돈나무, 굴거리나무, 아왜나무, 먼나무, 쥐똥나무, 사철나무, 다정큼나무, 팔손이로 우거진 숲이 울창하다. 또 나무 밑에는 맥문동, 참나리, 갈대, 억새, 해국, 털머위, 인동초, 방풍나물, 부처꽃 등 들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후추등은 키 큰 나무를 타고 오른다. 섬의 남쪽 해안은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난대림과 들풀로 우거진 숲

난대 수목과 들풀 속으로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는 산책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출발해서 조금만 가면 보이는 갈림길에서 순로 표시를 따라가면 됩니다. 한 바퀴 도는데 넉넉잡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새섬 북쪽 암벽. 숲속으로 둘레길이 있다.

새섬의 남쪽 바로 코앞에 새끼섬을 거느린 문섬이 떠 있다. 해발 73m, 면적 96,833 ㎡의 무인도이다. 문섬 가까이 물속에는 난류가 흐르고 있어 사시사철 아열대성 어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수중 생태계의 보고로 63종의 각종 희귀 산호들이 자라고 있어 잠수함 수중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섬 안에는 담팔수나무 거목 등의 난대상록수가 울창하여, 제주도 지정 문화재 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새섬에서 본 문섬과 새끼섬, 그리고 모도리코지 동방파제

문섬 서쪽에 가장 완만하게 형성된 암반 능선이 보인다. 문섬의 서쪽에 ‘모’가 진 곳이라 하여 ‘섯모’라 부르는 곳으로 낚시꾼들이 이곳으로 섬에 오른다. 문섬은 참돔, 돌돔, 벵에돔, 벤자리 등의 어종이 많이 잡히는 5월~7월, 9월~11월 사이에 낚시하기 좋다.


남동쪽으로 새섬 동 방파제 위에 하얀 등대가 보인다. 문섬 남동쪽 모서리에 툭 튀어나온 모도리코지의 끝에서 이어진 방파제다. 상어류 ‘빗게’의 일종인 '모도리’가 산란기에 이곳으로 와 산란한다. 그래서 ‘모도리코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간세 안으로 본 문섬과 새끼섬

간세 머리 안에 보이는 새끼섬(의탈섬)이 문섬 옆에 붙어 있다. ‘민둥섬’ 즉, ‘옷 벗은 섬’이다.


새섬 인근 해안에서 물수리, 바다직박구리, 갈매기, 가마우지, 원앙 등의 물새도 만날 수 있다.

건너편으로 서귀포항 1 부두와 아래쪽에 남선등대가 내려다보이는 해안 절벽 위의 쉼터에서 쉬어간다. (2023. 4. 1)

매거진의 이전글 하논 분화구, 생태계 타임캡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