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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Apr 16. 2023

법환마을의 봄

대륜동은 서귀포시를 설치(1981년 7월 1일) 하면서 법환동(옛 법환리)과 서호동(옛 서호리), 호근동(옛 호근리)을 통합하여 만든 행정동이다. 법환동과 서호동 일대에 서귀포 신시가지와 제주 혁신도시가 들어서 있어 신서귀라고 한다.


그 중심에 법환동이 있다. 법환마을 앞에는 제주 남부의 넓은 바다가 있고, 그 앞에 호기롭게 우뚝 선 범섬이 지키고 있다. 속당모루, 양지모루 동산이 뒤에서 감싸고 있어 포근한 느낌을 준다.

두마니물 공원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서 강정마을과 경계선을 따라 해안으로 내려서면 두머니물을 만난다. 두마니물은 법환과 강정의 마을 사람들이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누고 화합을 다짐하던 소통의 장소였다고 한다. 두면이(頭面怡), 즉 머리 두(頭), 낯 면(面), 화할 이(怡)가 두마니의 어원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이곳에 소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유채꽃과 무꽃이 만발하였다.

두마니물

법환마을 앞에 범섬이 있다. 제주 남쪽 바다로부터 세차게 밀려오는 파도를 막아준다. 공원 긴 의자에 앉아 큰 섬과 새끼섬을 바라본다. 마치 큰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과 같아 범섬(虎島)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남북 길이는 0.58km 동서 길이는 0.48km이고 해발고도는 87m로 해안 절벽을 이루고 있다. 섬 가운데는 평평하며 남쪽 가장자리엔 용천수가 솟는다. 1804년에 처음으로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하여 1950년대까지 방목과 보리,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섬 정상부에 그 흔적만 남아 있고, 지금은 무인도다.

범섬과 새끼섬

동북쪽 절벽에는 콧구멍처럼 생긴 바위도 있다. 옆에 면적 9,281㎡의 작은 섬이 딸려 있다. 지역 주민들은 '새끼섬'이라 부르며 국유지이다. 두 섬 주변의 물밑에는 암초가 깔려 있고 기복이 심하여 어족이 풍부하다. 자바리, 참돔, 돌돔, 감성돔, 벵에돔 등이 많이 잡혀 낚시꾼이 즐겨 찾는 곳이다.

오다리, 배염줄이를 지나간다.

법환마을은 서쪽 강정마을과의 경계로부터 동쪽 서호마을과의 경계까지 동서로 길게 남해 바다와 접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남단 해안촌으로 황금 어장을 보유하고 있다. 점차 줄어들고 있는 좀녀(해녀)가 제주에서도 가장 많은 어촌마을로 해녀들의 삶과 전통 생활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법환 해녀마을

보도로 게가 기어올라 온다. 여유롭게 옆으로 게걸음을 한다. 해녀의집 담장에 해녀들의 물질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테왁과 망사리를 멘 해녀' 포토존의 얼굴 사이로 한라산이 내려다보고 있다.


작년 가을에 해녀 마켓이 열리기도 했다. 원형 물질 체험장을 삥 둘러 각종 소품 부스를 갖추고 장이 섰다. 때를 잘 맞추면 해녀들이 갓 잡아온 뿔소라를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또 법환포구 해녀상 옆에 해녀 식당이 있어 싱싱한 회와 매운탕을 곁들인 점심을 먹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월요일은 오후 2시에 문을 연다.

원형 물질체험장(해녀마켓)

법환포구는 한라산의 정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산기운은 고근산으로 이어져 있고 수맥이 뻗어 있어 맑고 시원한 용천수가 곳곳에서 솟아난다. 특히 법환포구의 막숙물은 법환마을의 젖줄이다. 목호의난 때 최영은 법환 포구에 막을 치고 군사를 지휘하며 목호의 잔당을 제압했다 하여 이곳을 '막숙'이라 한다.

법환포구

법환포구에서 동쪽으로 바라보면 삼매봉과 서귀포층 해안절벽, 새연교, 새섬, 섶섬, 문섬이 차례로 펼쳐진다.

엉덕물(위), 법환포구에서 본 서귀포항

일냉이를 거쳐 수봉로로 내려선다. 대형 벙커 하우스는 오늘도 사람들이 붐빈다. 흙 내음을 맡고 걷는 길을 이내 자갈길로 이어진다. 이 일대가 온통 갯무와 유채로 뒤덮였다.

벙커하우스

흰색과 엷은 자주색이 적절히 배합된 소박한 색깔도, 꽃내음도 은은하게 다가온다. 겉으로 뚜렷하게 형태를 드러나지 않고, 어슴푸레하며 흐릿한 꽃색이 여럿이 모여서 '계절이 주는 풍요'를 그려낸다. 갯무는 제주 봄꽃을 대표하는 유채꽃을 압도한다.

수봉로 입구의 갯무

무아재비, 갯무시라고도 불리는 갯무우는 두해살이풀로 바닷가에서 자란다. 무가 야생화된 것으로 뿌리가 가늘고 딱딱하며 잎이 작다. 봄에 어린순을 데쳐서 무쳐 먹거나, 삶아서 된장국을 끓여 먹기도 하며 기관지염, 폐렴, 해소에 효험이 있어 약용으로도 이용된다.

수봉로 윗길

옅은 자주색 이 있기에 노란색이 더 도드라져 보이고, 유채꽂이 화려하기에 갯무의 소박함이 더욱 돋보인다.  

유채와 갯무

검푸른 바다와 노란 유채꽃의 자존심 대결장을 수봉로 자갈길이 적당한 간격으로 갈라놓는다. 뒤로 야자수와 상록수림이 에워싸고 있고, 가느다란 올레길만 내어준다. 멀리 삼매봉에 KBS 송신탑이 보인다.

수봉로

올레7길이 지나가는 곳이다. 험한 수봉로를 앞만 보고 걸으면 갯무와 유채가 그리는 꽃밭을 못 본다. 순방향으로 걷는다면 뒤를 돌아보라.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서귀포 유채꽃 국제 걷기 대회'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이다.

'서귀포 유채꽃 국제 걷기 대회'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길

윗세오름에서부터 뻗어 내린 산세는 망팥오름에 이른다. 망밭 앞의 바닷가는 야자수동산이다. 늘씬한 키의 야자수와 선인장을 심어 아열대 식물원과 같은 수모르소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문을 닫았던 속골 휴게소가 다시 영업을 하고 있다. 올레꾼들이 우도 땅콩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있다.

야자수동산(수모루공원)

속골의 나무다리를 건넌다. 속골은 많은 양의 용천수가 솟아 나와 사철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하천이다. 속골천은 망밭을 감아 돌아 콸콸거리며 골짜기를 타고 바다로  흘러든다.

속골

오늘도 발길을 멈추게 하는 '스토리 우체통'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빨간 우체통은 우정의 편지, 사랑을 담은 편지, 큰 뜻을 품은 편지, 추억을 간직한 편지,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넣는 1년 후에 보내는 편지함이다. 녹색 우체통은 말하지 못해 안타까웠던 사연, 지금은 볼 수 없는 사람에게 쓴 편지를 넣는 보내지 못한 편지함이다.

속골 스토리 우체통

속골의 물소리와 범섬으로부터 밀려온 파도 소리를 들으며 우체통에 넣을 사연들을 정리한다. 이번엔 편지를 넣어보자. 정말 1년 후에 보내지는지. (2023. 3. 27)

속골에서 범섬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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