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산간 난대림대를 뚫고 달리는 서성로는 불편함을 상쇄하기에 충분할 만큼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이승악 진입로
한라산 중산간에 숨겨놓은 벚꽃 명소, 이승악 가는 길
서성로 이승악 탐방휴게소에 주차하고 걷기를 권한다.
신례 공동목장 사이로 난 (서성로에서 '이승악 입구'까지의) 진입로 2.5km는 한라산 중산간에 숨겨놓은 신례리 벚꽃 명소다.
고개를 살짝 돌리면 목가적인 풍광으로 녹색 가득한 초원이 동수악, 논고악, 성널오름 등을 거느린 한라산 아래로 펼쳐진다. 이를 바라보며 걷는 길은 봄이면 벚꽃이, 여름이면 녹음이, 가을이면 억새와 단풍이, 겨울에는 설경이 화가의 화폭처럼 한라산의 사계를 그려낸다.
신례 한우단지 공동목장
벚꽃길의 끝에 작은 주차장이 있고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신례천 생태탐방로가 함께 소개되어 있다. '이승이오름(이승악) 앞'이라 쓰여 있는 현 위치의 표현이 아리송하다.
아무튼 오른쪽 임도를 따라 300여 m 더 들어가면 환상적인 이승이오름 탐방로가 시작된다.
이승악 탐방로 안내도
오늘 탐방할 코스를 정리해 본다.
이승이오름 앞 > 정상 등반로 입구(동남쪽) > 전망대 > 이승이오름 정상 > 정상 등반로 입구(북서쪽) > 일본군 갱도진지동굴 > 숯가마 > 화산탄 > 삼나무 숲(북쪽) > 표고밭 입구 > 정상 등반로 입구(동남쪽) > 이승이오름 앞(=현 위치, 남쪽)으로 이어진다.
탐방로 입구부터 활엽수림이 하늘을 가린다. 참나무, 소나무, 굴거리나무, 말오줌때가 맞이한다.
탐방로를 들어서자마자 활엽수 숲이 하늘을 가린다. 소나무, 참나무, 굴거리나무, 음지와 양지 가리지 않고 모두에서 잘 자라는 말오줌때가 우리를 맞이한다.
단풍이 고운 울울창창 이승악
우리는 처음 만나는 위치 안내판에서 왼쪽 나무계단을 오른다. 야자 매트와 나무 계단이 번갈아 나타난다. 탐방로는 경사가 급하지 않아 걷기에 좋다.
참식나무와 상수리나무를 등나무 덩굴이 오른쪽 감기를 하며 타고 오른다.
가끔 탐방객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숲은 조용함을 넘어 적막감이 흐른다. 이를 흔드는 바람은 사월의 마지막 날인데도 차게 느껴진다. 저지대와는 온도 차가 있다.
참식나무가 유난히도 많다.
참식나무와 상수리나무를 덩굴식물이 오른쪽 감기를 하며 타고 오른다. 천남성, 제주조릿대, 고사리도 군락을 이루고 자란다.
천남성(위 왼쪽), 고사리(위 오른쪽), 제주조릿대(아래)
남동쪽 능선에는 전망대가 두 군데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남동쪽으로 서귀포 앞바다가 가까이 다가온다. 섶섬, 문섬, 범섬이 한가로이 떠 있고, 고근산이 이를 지키고 섰다. 그 사이에 한라산 난대림이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본 서귀포 앞바다. 섶섬, 문섬, 범섬, 고근산이 보인다.
두 번째전망대가 정상이다. 이승악은 표고 539m, 비고 114m의 오름 정상에도 나무가 빽빽하다.
'이승이오름' 또는 '이슥이오름'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 모양이 삵(살쾡이)처럼 생겨서 붙인 이름이라는 말도 있고, 살쾡이가 많이 서식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삵은 제주말로 '슥 또는 '식'이고, 또 한자이름 이승학(狸升岳)의 이(狸)도 삵을 뜻한다.
정상에서 본 한라산
오름 정상에 서서 동수악, 논고악, 성널오름, 사라오름을 거쳐 비스듬히 한라산으로 이어지는 산세를 바라본다. 울울창창한 난대림에 한동안 넋을 잃는다.